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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겨레신문] 이름도 기록도 없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조롱한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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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3-05 20:06 조회4,1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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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을 조롱한 사건을 보며 떠올린 기획

안녕하세요? 사진부 사진기획팀 박종식입니다. 격주로 실리는 ‘이 순간’ 등

사진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획취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획취재를

하다 보니 그날그날 일어난 사건보다는 특정 시점에 관련된 취재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번 3·1절 기획도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3·1절은 우리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기억하는 날이지만, 매년 반복되는 날이기에

이를 사진으로 달리 표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3·1절 행사 사진이 매년 신문에

실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기획을 고민하다 한 우익 만화가가 자신의 사회

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과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

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


높은 담에 둘러싸인 대저택과 흙벽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집이 찍힌 사진을 비교

하며 올린 글이었습니다. 전자엔 친일파 후손이, 후자엔 독립운동가 후손이 산다는

설명과 함께였습니다. 글과 사진을 보는데 분노보다 서글픔이 밀려왔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궁핍함이 조롱거리가 되고, 그런 글과 사진을 자신의 이름으로

올리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는 이와 우리는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 때문

이었습니다.


만화가의 글과 사진이 게시된 뒤, 사진 속 독립유공자 후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의 글이 한 누리집에 올라왔습니다. 독립운동가 조병진의 증손자라는 그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일제에 부역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조그마한 힘이라도

함께한 할아버지의 인생을 대충 살았다고 폄하한 윤서인씨에게 묻고 싶다. 과연

잘살고 있는 친일파 후손들은 그 조상들이 자랑스러울까.” 이후 광복회 등 독립

운동가 후손들이 ‘망언 만화가’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2007년 특별귀화로 한국으로 돌아온 국외 독립유공자 후손을 취재했던 것이 떠올랐

습니다. 대대적인 환영 속에 귀화했지만 막노동을 전전하며 가난과 병마에 내몰린

모습이었습니다. 취재를 마무리짓고는 선의의 취재였지만 ‘독립운동가 후손의 가난을

전시하게 된 것은 아니었나’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독립유공자 후손 찾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독립운동가 6228명의

건국훈포장을 전달받을 이가 없다고 했습니다. 안정된 가정사, 재산상의 이유

등으로 후손들이 명확한 친일파와 달리, 독립운동가들은 국외 거주, 생활고,

자손들의 무관심, 월북 등으로 후손을 찾기 어려운 탓입니다. 이들의 활동이

기록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독립유공자 가운데 사진이 남아 있는

분들을 앞세워 ‘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습니다’(<한겨레> 3월1일치 1면) 기사를

 완성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다양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아직도 친일파 후손들이 온갖 부를

축적하고 독재시대 등에 업고 친일 흔적 감추고 신분상승해서 대대손손 지금까지

잘살고 있는데, 친일청산이 되고 독립후손들이 멀쩡히 남아 있을까?” “남겨진

가족들에게 무참한 재앙이 돌아갈까봐 자신을 숨기고 산화한 사람들은 시대를 막론

하고 많고도 많다.” “후손들한테 제삿밥도 못 챙겨 드시니 지하에서 얼마나 통곡할

것인가.”


보도 뒤 독립운동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가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굴한 독립운동가

2060명 가운데 644명이 국가보훈처 2차 심사에 올랐고, 최종 68명의 공적이 인정돼

 이번 3·1절에 새로 국가 포상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독립

유공자 발굴이 아쉬웠습니다.


광복된 지 7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습니

다. 그 후손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조롱당하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독립

운동가 발굴 및 포상 작업을 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린 분들입니다. 반드시 후손들에게라도 예우를 갖추어 보답

하길 바랍니다.”


◎ 출처 : 박종식 사진기획팀 기자 ana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