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공동설립자 인촌 김성수 씨에 대해 지난달 친일행적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 고려대 인촌 동상에는 친일청산을 주장하면서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었고, 학교 측은 대자보를 즉각 철거하면서 학생들과 충돌이 있었는데요. 학교뿐 아니라 여기저기 널려있는 친일잔재, 과연 청산할 수 있을까요? 송성환 기잡니다.
[리포트]
고려대 본관 앞에 세워진 공동설립자 인촌 김성수 동상 앞에서 학생들과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학생들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친일 행적이 인정된 김성수 동상을 철거하라는 대자보를 붙였고, 직원들은 이를 즉각 떼어내면서 언쟁이 붙은 겁니다.
학교 관계자
"문화재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문제 제기하는 거죠."
"문제 제기를 해도 법의 테두리에서 해야죠. 문화재를 훼손하신 거 아니에요."
"어디가 훼손됐어요?"
"온전한 형태로 보존할 수 없게 만들었잖아요."
학생들은 동상뿐 아니라 학교 곳곳에 같은 내용의 자보를 붙이며 동상 철거에 대한 학내 여론을 형성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선우 총학생회장 / 고려대 일반대학원
"대법원 판결로 친일자로 확실하게 판결이 났고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친일과 적폐 청산을 하는 데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친일 잔재를 없애자는 요구는 학교 주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 고려대 앞 10km 도로는 인촌 김성수의 호를 따서 인촌로라고 이름 붙었습니다.
이 일대에서 인촌로를 도로명 주소로 쓰고 있는 곳은 모두 1천5백 곳이 넘습니다.
항일독립단체들은 인촌의 친일행적이 인정된 만큼 서울시에 도로명 변경을 요청하고 관련 법 개정도 건의할 방침입니다.
또 서울대공원과 김성수의 출생지인 전북 고창 등지에 남아있는 동상과 기념물 철거를 위해 대국민 캠페인도 벌일 계획입니다.
인터뷰: 민성진 사무총장 /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아이들이 공원을 방문해서 어른들에게 '저분은 누구냐'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친일파니 뭐니 그런 얘기는 더 이상 안 나오게끔 (활동할 계획입니다.)"
새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 속에서 해묵은 '친일' 잔재들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