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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문명고마저…학생·학부모 외면에 국정교과서도 '직무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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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항단연 작성일17-03-17 12:53 조회9,4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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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학교 효력정지 신청 인용으로 교과서 사용 학교 '0곳'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법원이 17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국정교과서는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대구지법은 이날 경북 경산 문명고 학부모들이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낸 연구학교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2일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본안 소송과 함께 이 소송 확정판결 때까지 교과서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문명고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정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할 수 없게 된다. 문명고가 전국 유일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였던 만큼 국정교과서를 수업에서 주교재로 사용할 학교는 단 한 곳도 없게 된 셈이다.

사업비 44억원을 들여 만든 교과서가 결국 도서관 비치용이나 교사 참고용 자료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 현장의 반발이 워낙 컸던데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국정교과서를 활용하게 하려는 정책 동력도 힘을 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의 검정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을 빚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가 단일한 역사관을 주입하는 형태로 교육하겠다는 것은 유신 시절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더 거셌다.

박근혜 정권이 굳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과제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교육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을 위한 국정화라는 지적도 컸다.

각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행한 탓에 국정교과서는 편찬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잡음을 만들었다.

교육부는 2015년 11월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 발행 고시를 하고 곧바로 교과서 제작에 들어갔지만 집필진 명단과 편찬기준은 이듬해 11월 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나오고 나서야 공개했다.

명단이 공개되면 집필진이 집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국정농단 파문이 터지면서부터는 국정화 추진 동력도 상당히 약화했다. 국정화가 정치적인 목적에서 추진된 사업이고, 여기에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부는 2017년부터 전국 중·고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침을 지난해 말 다소 바꿨다.

하지만 희망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교과서를 주교재로 쓰게 하고, 2018년 3월부터는 국·검정교과서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국정교과서에 '심폐소생'을 실시했다.

연구학교 공모 결과 신청 학교가 3곳, 절차상 하자 없이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가 문명고 1곳에 불과하게 되자 이번에는 무상으로 원하는 학교에 보조교재로 배포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기존에 공고한 시한을 넘겨 활용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 학교는 전국에서 93개교뿐이었다. 전국 중·고교와 특수학교가 총 5천819개(국립학교 제외)인 점을 고려하면 1%대에 불과하다.

특히 이들 학교 가운데 상당수는 역사수업에 전면 활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교사 참고용이나 도서관 비치용으로 교과서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에 이어 연구학교 지정 취소 소송에서도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사업비 44억원을 들여 제작한 국정교과서는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참고자료로 남게 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숨이 멎은' 국정교과서를 붙들고 연구학교 지정이나 보조교재 활용이라는 방안을 만들어 숨을 불어넣으려 했다"며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 것처럼 국정교과서도 교과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참고자료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