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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뉴스1]"독립운동기념사업, 정권 눈치보기 없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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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항단연 작성일15-08-11 10:42 조회7,5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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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찾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김현웅 법무부 장관(왼쪽)과 함께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광복70년] "독립운동기념사업, 정권 눈치보기 없어져야"

국가보훈처 허가 받은 '애국지사 기념사업회' 106개…추모제·기념식 집중 경향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5.08.11 08:00:00 송고
 
독립운동가와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법인' 형태의 기념사업회가 100여개에 이르지만, 운영 실태는 제각각이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책과 운영 철학 등의 차이로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협력은 찾아보기 어려운 처지다.

올해 8월 기준 국가보훈처의 허가를 받은 순국선열, 애국지사와 관련된 법인은 재단법인 7개와 사단법인 99개 등 총 106개다.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와 같이 'ㅇㅇㅇ 의사·선생 기념사업회'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이다.

◇ 사업계획서 제출 후 보훈처가 허가…운영은 녹록지 않아

보훈처는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 국내·외에서 항거, 순국하거나 그 사실이 있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기념사업을 하려는 자에게 1995년부터 재단·사단법인 형태의 법인을 허가해주고 있다. 근거는 '민법 제32조' 및 '국가보훈처 소관 비영리 법인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이며, 사업계획서의 목적과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 후 허가한다.

'기념사업회'라는 이름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 이들의 주요사업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탄신·의거·순국일 등에 대한 추모·기념식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의사'(義士)들의 뜻을 후대에 알리려는 문화행사나 이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세미나 등은 쉽게 보기 어렵다. 이는 규모와 재정여건이 탄탄한 일부 기념사업회에 국한돼 있다.

실제 정부의 지원도 추모제나 기념식에 집중된다. 보훈처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국내서 열린 134개 독립기념행사에 투입된 정부보조금은 9억9700만원이다. 보훈처는 독립운동가 순국·의거일, 지역별 애국선열 합동 추모 등 독립운동 및 독립운동가의 공훈 선양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서거 추모식 등은 매달 포함돼있다. 8월에도 '헐버트 박사 서거 66주기 추모식' , '김한종 의사 추모제', ' 박상진 의사 94주기 추모제', '춘고 이인식 선생 순국 52주기 추모식' 등이 예정돼 있다.

2013년는 214개 행사에 17억4000만원, 2014년에는 208개 행사에 13억7000만원이 투입됐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1개 행사에 평균 약 600만~800만원의 보조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기념사업회들은 부족한 정부의 지원으로 지속적인 학술행사나 문화사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행사마다 지원금의 차이가 있고 쉽게 받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업회 관계자는 "해마다 신청을 해도 정부의 지원을 매번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행사는 기념사업회의 자비로 운영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산이 비교적 많이 필요한 '10주기', ' 20주기' 등 특별주기에도 정부의 지원은 미약하다"고 했다.

그는 "허가를 내줬으면 실제 선양사업에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줘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활동이 미비하면 취소시키려고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정부가 기념사업회의 세금지원 등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보조금도 사업계획서 등의 타당성 등을 따져 행사비를 차등 지원하고 있고, 목적에 전혀 맞지 않은 행사라고 판단되면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조금 지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외에도 보조금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있어 보훈처의 역할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보훈처는 보조금 집행에 대한 현장검사, 정기감사 등의 기능 없이 이를 사업회 자체 이사회에 일임하고 있다. 한 보훈처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현장조사를 한다"면서도 "지난 1년 동안 현장조사를 실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다른 보훈처 관계자는 "보조금은 사전에 꼼꼼하게 챙겨서 지급되고 지방에서 열린 사업의 경우 보훈지청장이나 직원이 행사를 참관한다"며 "또 사업 종료 후 영수증을 제출받는 식으로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 성향 따라 지원책 달라져" 일부 목소리도

사업회가 100여개에 이르다 보니 서로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독립운동가의 평가가 달라지면서 지원 등에 있어 소외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 민성진 대표는 "예를 들어 한 전투의 승리가 특정 인물의 공적으로만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펼친 애국지사들이 많은데 출신 성분을 따져 우리 편이 아니면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독립운동사 연구조차도 때론 정치적인 영향을 받아 왜곡될 때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보훈정책 자체도 독립유공자보다는 재향군인회, 상인군경회 등 군대 위주로 돼 있다"며 있다"며 "군 출신이나 민주운동 유공자가 많다 보니 독립운동가들은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앞선 보훈처 관계자는 "법인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결사체다. 인적구성에 따라 활성화된 단체가 있도 그렇지 못한 단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나서 그것을 판단하고 것은 좀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