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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국민일보] 의향 광주, 친일 잔재 청산에 팔 걷어붙여…친일 인사 단죄비 건립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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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31 10:19 조회6,7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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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위한 친일 단죄문 설치를 추진 중이다. 한·일 무역갈등이 고조된 것을 계기로 친일 잔재를 서둘러 청산하자는 차원이다.


광주시는 “전날 개최된 시정자문회의 총회에서 ‘친일잔재 청산 단죄문’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그동안 TF팀의 연구용역 결과 각종 비석과 노정현판, 군사시설 등 65개의 친일 시설물을 확인했다. 시는 이 중 25개 친일 시설물에 우선 단죄문을 설치하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추가할 방침이다. 금명간 대상 시설물과 문구를 최종 확정한 뒤 단죄문 제막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철판으로 제작될 단죄문에는 역사적으로 검증된 해당 인사와 시설의 친일 사실을 적시해 시민들과 방문객에게 널리 알리게 된다.


시정자문회의는 역대 광주시민대상 수상자 중 82명으로 구성됐다. 총회와 학술 예술 체육 지역경제 사회봉사 등 5개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실제 광주시민들의 대표적 쉼터로 제1호 공원인 사직공원에는 친일 인사들의 ‘선정비(善政碑)’ 5개가 1593년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에서 왜군을 격퇴한 권율(1537∼1599) 장군의 공적비를 포위하듯 에워싸고 있다. 의향 호남의 한 복판에 을사오적 이근택의 형이자 일제 귀족 작위를 받은 이근호(1861~1923) 등을 찬양하는 비가 버젓이 건립돼 있는 것이다. 이근호는 본인을 포함해 세 형제가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은 대표적인 친일 집안이다. 은사공채는 물론 1911년 2월 총독 관저에서 열린 작기본서봉수식(爵記本書奉授式)에 예복을 입고 참석하기도 했다.


남작 작위를 받은 윤웅렬(1840~1911) 등의 공적비도 세워져 있다. 윤웅렬은 작위를 받은 직후인 1910년 12월 보관 중이던 국채보상금을 조선총독부(경무총감부)에 건네 은사공채를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수록된 윤웅렬과 이근호의 선정비는 두 사람이 한말 전남 관찰사(현재 도지사) 재직시절 선정을 베풀었다는 이유로 건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2개의 선정비는 당초 다른 장소에 건립됐지만 1957년 광주공원 입구로 옮겨졌다가 1965년에 현재 위치인 광주공원 동쪽 언덕에 비석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공적비가 발견된 광주공원은 옛 성거산으로 불렸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 등이 집결했던 역사적 장소다. 현재도 5·18민주화운동 사적비, 4·19의거 영령추모비 등이 세워진 의향 호남의 상징적 공간이다. 인근 광주 향교에도 태평양전쟁 전범 일왕(日王)의 연호 현판이 그대로 내걸려 있다. 대표적 친일관료 남계룡의 전각비에 뚜렷이 새겨진 ‘소화십오년(昭和十五年 1940년)’이라는 일왕의 연호다.


남계룡은 일제 식민통치와 반인륜적 침략전쟁에 협력한 친일파로 1935년 일본 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공로자명감’에 수록된 353명 중 한 명이다. 2008년 발표된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중 관료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소화십오년이라는 일왕의 연호 중 일본식 표기 ‘쇼와’는 최근 즉위한 나루히토 새 일왕의 조부인 히로히토의 연호다. 그는 특급 전범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광주 향교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예절교육, 다도교육, 혼례체험 등 다양한 전통체험을 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15년부터 전국 지자체 최초로 친일잔재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해 친일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1995년 8·15 광복절에 조선총독부 건물이던 중앙청을 철거하고 2009년 11월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704명의 명단을 담은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다.


광주공원 선정비를 처음 발견한 전남대 학생독립운동연구소 김홍길(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50~60년대 친일 선정비를 조선시대 유물로 착각해 도시개발 과정에서 광주공원 공터로 옮긴 것 같다”며 “100년도 넘어 희미해진 비문을 탁본하고 컴퓨터 화면으로 확대해 친일행적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친일파 흔적을 지우는 데는 공감하지만 후손들의 반발을 막기 위한 객관적 자료확보와 검증절차에 적잖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친일 행적이 명확한 인물들의 선정비는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 협의를 거쳐 철거하거나 별도의 단죄비를 옆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