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창립하고 고문을 역임하는 등 '낮은 곳'을 향해 한평생 봉사해 온 함세웅 신부가 '마지막 미사'를 올렸다.
함 신부는 26일 오전 11시 서울 신당동 청구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본당신부로는 마지막으로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은퇴는 지난 4월 정진석 추기경이 은퇴하면 자신도 물러나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으로 임기를 5년 정도 남겨두고 이른 은퇴의 약속을 지켰다.
함 신부는 이날 "사제들과 모든 은인들 그리고 민주화 과정에서 숨진 선후배들을 마음속에 모시겠다" 며 고별사 및 미사를 올렸다.
이날 미사에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고문, 이부영 전 의원, 곽노현 서울교육감, 김상곤 경기교육감, 서기호 의원을 비롯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부 송기인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대표 등 각계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어린시절 서울 용산구 용산성당에 다니며 로마가톨릭에 입문한 함 신부는 6.25 전쟁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성직자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1960년에 가톨릭대학교에 입학하고 1965년에서 1973년까지 로마 유학 생활을 거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성당에 부임하였다.
함 신부가 본격적으로 민주화 운동의 길에 접어들게 된 것은 1974년. 당시 각계 인사들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다 대거 구속된 것을 계기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창립을 주도하게 됐다.
이후 1974년의 민주회복국민선언과 1976년의 명동 3.1 민주 구국선언에 참여하고 두 차례 투옥되기도 하는 등 민주화에 헌신했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천주교 서울대 교구 홍보국장 재직 이후 가톨릭대학교수, 장위동성당 상도동성당 제기동성당의 주임신부를 역임한 함 신부는 2000년대에 들어서도 '진보적 민주 신부'로서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함 신부는 올해도 한미FTA체결 및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에 대해서도 적극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등 진보적 기독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함 신부는 은퇴 후도 원로사목자로서 활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