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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시사인] “MB가 친일·독재 후예라 고백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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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항단연 작성일12-05-02 10:11 조회9,13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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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친일·독재 후예라 고백한 꼴”
보수 세력의 역사 재정립 시도에 맞서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항단연)가 만들어졌다. 보수 세력이 왜 역사를 다시 쓰려는지 따져 묻기 위해 항단연 소속 단체 대표 5인을 만났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

헌법 전문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 조항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 사회 수구 세력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고 8월15일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최근 수구우익 세력은 백선엽·이승만 우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구 세력의 움직임에 대항해 지난 6월 민족운동가 진영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를 출범했다.

<시사IN>이 7월27일 이들을 만났다. 수구 세력이 왜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하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좌담에는 항단연 소속 단체인 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자동 이사장·매헌윤봉길월진회 이우재 회장·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김원웅 이사장·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부영 이사장·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신부 다섯 명이 참석했다.


ⓒ시사IN 윤무영
왼쪽부터 함세웅 신부, 김원웅 이사장, 이우재 회장, 김자동 이사장, 이부영 이사장.

친일과 독재를 동경하더라도 그동안은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구 언론은 물론 공중파 텔레비전까지 친일·독재 옹호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자동
:오랫동안 건국절을 주장한 세력은 옛날에 좌익을 척결하던 주먹패 무리다. 역대 대통령은 이들을 모두 거절했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뉴라이트가 이들의 주장을 채택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역사를 모르면 공무원·판검사·변호사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법조문이나 판례는 컴퓨터로 검색하면 다 나오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의식이다.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데 역사 교과서가 제대로 개정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우재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역사의식이 전혀 없거나, 이해관계나 목적의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조금만 알아도 건국절을 지정하자거나 이승만을 미화하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대다수 국민이 뉴라이트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승만을 건국 지도자로 보는 사람들은 김일성에게 대한민국 정통성을 넘겨주려는 사람이다. ‘건국 60년’이라고 하면 제일 좋아할 사람이 김일성이다. 이승만을 띄우고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자신들이 반통일·반민주·반민족 세력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부영:건국절 논란에 앞장선 사람들은 해방 전에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뉴라이트 쪽은 민족적 정통성이나 독립운동의 정통성이 없다. 뉴라이트는 임시정부가 국민·영토를 갖지 못해 정부로서 요건이 없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제정이 아닌 공화제를 택한 점만 보더라도 상하이 임시정부는 획기적인 정치사적 의미가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 8월15일부터 따진다면 그 이전의 독립운동을 전부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상하이 임시정부를 부정해야만 대한민국 역사가 바로 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격하게 표현하면 몰역사적이고 무식한 사람들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역사를 다시 쓰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어두운 과거를 불러내려 한다고 보는가?


김자동
:왜 지금 별안간 이승만·백선엽 문제를 끌어내느냐고? 뉴라이트와 현 정권이 그 시대를 부활시키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백선엽을 띄우고 나면 박정희 10부작이 나올 수도 있겠다.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아주 깊은 정치적인 음모가 있는 행동이다.

김원웅
:친일·반민족 세력에게 역사 왜곡은 절실한 현실이다. 보수 세력의 도덕적 기반이 붕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본다. 미군정을 뿌리로 보는 것도 그들로서는 당연하다. 친일·반민족 세력에게 미국은 오늘날까지 기득권을 유지하게 해준 출발점이다. 맥아더가 본국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남한에 민족주의 세력이 집권하면 골치 아프다. 친일 세력을 다시 기용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기여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함세웅
:많은 역사학자들이 지적했듯이 1945년 해방은 해방이 아니라 일제 치하에서 미군정 점령으로 바뀐 것뿐이다. 미군정 3년에 대한 역사적 이해와 재평가가 필요하다. 미군정 포고령도 조선 해방이 목적은 아니었다.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도 미국이 직간접으로 통제했다. 미국이 진정 남북 화합을 원하느냐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건국절 논란은 마음 아프고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친일파·독재정권 후손의 정체가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라 이름 붙인 자들의 정체성을 확인할 기회다. 그들이 스스로를 ‘친일파, 독재자의 후예’라고 밝히며 자기 입으로 자기 죄를 고백한 격이다. 훗날 이들을 역사적으로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다.


백선엽과 이승만을 영웅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자동
:백선엽 다큐멘터리 논란 덕에 그가 얼마나 잔혹한 사람이었는지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웃음). 이승만 다큐 방송에 즈음해 글을 하나 준비 중이다. 제목은 ‘이승만은 독립운동의 훼방꾼이었다’가 될 것 같다. 1945년 유엔 창설회의에 전 세계 망명정부들이 참석하려 했다. 미국 국무부와 접촉 가능한 한국인들이 모여 임시정부의 대표성을 인정하면, 우리나라가 유엔 멤버가 되어 신탁통치 이야기가 나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승만의 형편없는 아집 때문에 유엔에 참석할 기회를 놓쳤다. 이승만은 독립에 훼방을 놓은 역적이다.


ⓒ시사IN 백승기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 회원들이 이승만·백선엽 다큐멘터리 방영에 반대하며 KBS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부영
:해방 전 독립운동을 방해하고 친일을 했거나,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주제와는 동떨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과거사 왜곡은 북한붕괴론, 흡수통일론이 실현될 때에 대비해 자신들의 정통성을 세우려는 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함세웅
:대한민국 정부 공보처는 1948년 9월1일의 관보 제1호의 공식 발행일을 대한민국 30년 9월1일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렇게 이승만 스스로 고백한 기미 독립의 대한민국 정부수립 전통을 인정하지 않고 건국절 운운하는 것은 자신들이 아버지처럼 여기는 이승만을 뒤엎는 꼴이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일 뿐이다.


뉴라이트 논리에 동조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약소국이기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 등 강대국에 붙어서 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자동
:다른 나라 극우파는 민족주의자들이다. 히틀러가 그랬고 일본이 그랬다. 그들은 잘못된 생각일지언정 자기 민족을 위해 행동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우익은 반민족·비민주적이다. 민족적 자긍심이 전혀 없다.

이부영
:민중부터 고관대작까지 재산을 팔아가며 해외로 독립운동을 하러 떠났을 때, 한편으로는 ‘새롭게 돈 벌 세상이 열렸다’며 일제에 협력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토지조사사업, 금광 채굴권, 만주 진출권, 신문사 인허가권 등을 얻어내고 중추원 참의를 지내는 등 식민지 시대의 신(新)귀족이 됐다.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배경을 보면 일본 쪽에 줄 선 사람들의 후예다.

함세웅
:조·중·동 등의 수구 언론이 음흉한 의도를 갖고 보도하기 때문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일하면서 민주화의 뿌리가 바로 항일 독립투쟁임을 새삼 확인했다. 사실 한국 현대사는 세 물줄기로 계승하고 있다. 첫째, 항일 독립투쟁, 둘째, 반독재 민주화투쟁, 셋째, 분단극복 통일운동이다. 그런데 이를 거부하고 왜곡하는 자들이 바로 건국절을 주장하는 자들이다. 항일 독립투쟁을 거부하고, 독재에 협력하고, 통일에 반대하는 그야말로 반민족·반민주·반통일 부류가 바로 그들이다.

김원웅:조·중·동이 개과천선하거나 간판을 내리지 않으면 통일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해방되지 않았으면 일본이나 미국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올바르게 살 필요 없다. 동족을 팔아먹더라도 강대국에 붙는 게 최고다’라는 생각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한 독립운동가가 후손들에게 “절대 우리 집안에서는 독립운동 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 강대국에 빌붙어야 후손이 잘살고 출세를 한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만큼 역사적 허무주의,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 역사 교육이 교과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친일파 청산으로 이어져야 한다.


1948년 발행된 관보 1호. ‘대한민국 30년’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뉴라이트는 역사 교과서도 끊임없이 문제 삼고 있다. 제대로 된 역사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이부영
:올바른 선양사업이 필요하다. 역사를 통해 뭔가 배워야 한다. 우파 분단주의자가 역사를 주도하면서 1년에 한 번 제사 지내는 것을 순국선열 추모사업의 전부로 생각한다. 순국선열의 삶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그분들이 반토막 난 조국을 찾기 위해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을 한 것은 아니다. 우리끼리 갈라져 싸우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으셨을 것이다. 원래 순국선열들이 추구했던 조국의 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김자동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행사를 하는 것은 선양사업의 극히 부분적인 일이다. 교과서 기술 시 근현대사 부분에 좀 더 많은 내용을 할애해야 하고, 항일투쟁을 자세히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이라면 중국 방송처럼 항일투쟁 관련 방송을 다뤄야 한다. 방송사에서 스포츠에 할애하는 만큼만 항일투쟁에 할애해야 한다.

이우재
:건국절 논란을 보고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역사적 과오가 생기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힘을 합해 역사를 바로잡고 자유·평등·평화 같은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지금 늦은 감이 있지만 능동적으로 국가에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하고 싸울 것이다. 현 정권에서는 안 될지 몰라도 우리가 준비한다면 앞으로는 올바른 선양운동을 할 수 있지 않겠나.

김원웅:역사적인 기회가 왔을 때 우리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민족의 자주적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우리 항일 민족단체의 임무는 순국선열의 삶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조국의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우방이 누구인가에 대한 개념 정립도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분단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나라만이 우리의 우방이다. 미국에게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분단 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미 대화를 유도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현 정권에서는 이런 노력이 거꾸로 가고 있다.

함세웅
:1991년 미국 메리놀 대학의 여름학기 한 강좌에서 미래신학자 한 분이 이미 “교회의 중심이 성직자에서 평신도로, 사회의 중심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문화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필연적 역사의 흐름이다”라고 진단했다. 우리는 이런 거시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조·중·동과 구태 정치인은 그저 남의 밑에서 사는 것이 행복한 유아적·노예적 사고를 갖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중국이 패권국이 되면 다시 중국에 붙을 것이다. 이런 사고의 틀을 깨고 성숙한 민족적 가치를 갖는 일이 필요하다.


항단연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이우재
:교과서·드라마·오페라 문제에 적극 나서려고 한다. 11월 초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한·중·일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연대도 조직할 계획이다.

김원웅
:일본과의 현안에도 적극 나서려 한다. 정부가 독도 영유권 공고화 작업, 특히 국제법 분석과 역사적인 고증에 나서도록 만들겠다. 사법적 분쟁 해결 절차도 준비해야 한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일본은 독도로, 우리는 울릉도로 긋고 있다. 정부가 수정해서 기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함세웅
:한국 가톨릭의 친일 행적은 <경향잡지> 31권(1937.2.25)에 뚜렷하게 자료로 남아 있다. 북한 공산정권이 가톨릭을 박해한 것은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는 가톨릭이 공산주의의 유물론·무신론에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김일성 처지에서는 가톨릭의 반대가 과거 친일 행적과 연결되어 반민족적인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한국 가톨릭은 이런 친일 행적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나는 반일 교육을 철저히 받은 세대였다. 그러나 반유신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한국의 인권회복과 민주화를 위해 돕고 희생한 일본의 많은 양심적 지성인과 종교인들을 만나면서 일방적 반일관을 극복했다. 오히려 우리 안에 침략자 일본보다 더 비인간적인 박정희와 같은 무리들이 있음을 확인하며 반성했다. 친일 잔재가 우리 사회 곳곳에 내재돼 있다. 우리 안의 친일 요소를 청산하는 작업이 민주주의·통일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계적인 반일 의식이 아니라 일본의 군국주의는 타파하되, 인간적 지성인과는 함께해야 한다. 공영방송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항일투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런 프로그램이 반드시 있어야 어린이들에게 역사 교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