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수렴 없이 비공개 국무회의 의결…졸속 처리 비판도
[스페셜경제] 백주대낮 일본 우익의 위안부 동상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일 비밀정보보호협정이 지난 26일 대한민국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기습 날치기 통과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29일 일본과 군사 정보 교류를 위한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키로 한 것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과 누리꾼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드시 거쳐야 할 차관회의도, 국무회의 공식 안건에도 없었고 날치기 후 그 내용조차 공개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독도와 위안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일본의 기만적 태도가 여전하고, 또한 최근에는 원자력기본법 개정으로 핵무장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군사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비판 여론의 핵심이다.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27일 오후 국회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통해 “일본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다시 분노에 가까운 수준에 있으며 또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간 해방 이후 최초의 군사협정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것”이라며 “그것도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중에 슬그머니 처리했다는 ‘의도적 꼼수’까지 동원했다”고 맹비난했다.
우 원내대변인은 특히 “지난 5월17일 김관진 국방장관은 민주당 박지원 당시 비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졸속 처리를 않겠다며 국회 차원의 논의를 반드시 거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이번 국무회의 기습 날치기는 야당과 국민을 상대로 기만행위를 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정부는 북한 장거리 로켓, 핵실험 등을 핑계대고 있지만 자국법 개정으로 핵무장을 추진하며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긴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북한 관련 정보 공유를 이유로 우리의 안보 체계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일본의 군사적 팽창은 더욱 용이해 질 것이다. 결국 동북아 정세의 불안감만 높이는 짓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 초부터 친일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이명박 정권”이라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무능력한 대응과, 이명박 정권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뉴라이트의 친일 역사관을 볼 때, 임기 말에 노골적으로 친일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걱정마저 든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군사협정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방식의 협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며 “이 문제는 제19대 국회 개원 이후 국민적 논의를 거쳐 처리될 사안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도 “일본은 우리의 주적이다. 그런데 그들과 군사정보를 터놓다니 말이 안된다. 일본과 군사협정은 매국행위다. 절대 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우롱했다. 100년만에 을사오적이 환생을 한 것 같다. 북한을 핑계 삼아 일본하고 군사협정을 하다니 기가 막히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꼭 구한말 때 매국노들이 나라 팔아 먹었을 때와 너무 똑같네” “이건 명백히 국가 안보와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행위죠. 더 이상 참아서야 되겠습니까? 이명박을 하야시켜야 합니다. 비공개로 추진한다는 것은 국민 모르게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려는 것이다” 등의 비판적 반응을 온라인 게시판 등에 남기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회장 김원웅)와 한일협정재협상국민운동(대표 함세웅 등),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김병상),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회장 김자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독도, 군대 위안부, 일제 강제연행피해자 등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은 일본의 과거 청산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며 “이명박 정부는 한일군사협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은 또 “이명박 정권의 한일군사협정 비공개 처리 행태는 마치 1910년 한일강제합병을 비공개로 추진한 이완용의 매국 행태에 다를 바 없다”며 “정부는 국회 개원과 동시에 한일군사협정 국무회의 처리 과정을 국회에 보고하고, 협정 추진을 비밀리에 처리한 과오를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이날 현안관련 브리핑을 통해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 또는 테러집단의 테러활동 등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필요한 경우에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기본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협정”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안보이익이 심각하게 침해 받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한정된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정부를 두둔했다.
이어 “이미 우리 정부는 이와 같은 협정을 러시아를 비롯해 24개국과 맺어오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한·중 군사협력의 기회도 만들어가고, 이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안보협력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큰 안목이 필요하다”며 “국가 안보를 위한 외국과의 군사협력을 괜한 반일 감정으로 자극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