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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독립신문] 친일잔재 김상만 가옥…보전보다 ‘친일 알리기’에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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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9-14 11:37 조회8,9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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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억 원 넘게 지붕 이엉 보수
문화재청, “건물, 문화재 가치 있다”
군, 친일 인사를 뛰어난 인물 ‘홍보’
일제 청산 속도 내는 타지역과 대비

줄포에 있는 중요문화재 150호 김상만 고택이 당초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었던
배경은 그 집에 살았던 인촌 김성수의 발자취를 기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친일
행적이 명백히 드러난 지금, 가옥의 문화재적 가치만 운운하며 비싼 세금을 들여
관리만 할 것이 아니라 일제 청산 차원의 시설물 설치 등 친일 알리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만은 인촌 김성수의 아들이다. 인촌 김성수는 동아일보의 설립자이며 모금을
통해 고려대학교를 만드는 데도 역할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친일 반민족
행위 관련자’ 704명에 포함됐다. 이는 일제 당시 김성수가 징병·학병을 찬양·선전
했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이에 김성수의 증손자인 김재호 동아일보사 사장과
인촌기념회가 행정자치부(현재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지난 17년 4월 상고심에서 김성수의
친일행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인촌 김성수의
친일 행적이 명백한 사실로 인정받은 것이다.

인촌이 친일 행적을 한 것이라고 인정된 행위는 ▲1937년 군용기 건조비로 일제에
300원 헌납 ▲일제가 전쟁 지원을 목적으로 만든 전시통제기구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 발기인 등 활동 ▲징병·학병 찬양 및 선전·선동 행위 등이다.

판결 이후 2018년 서울 성북구는 ‘인촌로’라는 도로명을 해당 주소를 사용하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고려대로’로 바꿨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6월 공원 내 인촌
동상 앞에 친일 행적 안내문을 설치했다.

전주시는 지난 29일 제110주년 경술국치일을 맞아 일본 자살특공대를 칭송한 시
‘돌아오지 않는 아홉장사’ 등을 비롯한 친일 작품을 쓴 것으로 밝혀진 시인 김해강의
친일 행적을 알리기 위해 세운 ‘김해강 단죄비’ 제막식을 가졌다. 아울러 전주시는
▲공적 장부에 일본 이름 지우기 ▲미쓰비시 창업자 이름을 딴 ‘동산동’을 ‘여의동’
으로 명칭변경 등을 통해 친일잔재 청산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지역의 다양한 친일잔재 청산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부안군은
‘문화재청이 문화재라 하면 따라야 한다’며 연간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가며
초가지붕을 보수·유지하는 상황이다. 부안군은 올해도 어김없이 지붕 수리 및 초가
이엉 얹기를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이를 위한 설계 용역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부안군은 김상만 가옥에 대해 ‘부통령을 지낸 당대의 뛰어난
인물이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평가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 김상만 가옥에서 배부하는 안내물도 인촌 김성수와 그의
아들 일민 김상만의 행적에 대한 온갖 미화로 가득하다. 역사를 바로잡고 명백히
드러난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부안군의 의지 없음이 낱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홈페이지 내용은 확인해 조치하겠으며, 해당 안내지는
부안군에서 발행해 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부안군은 김상만 가옥이 현재 동아일보와 관계된 재단 소유의 사유지인 탓에 친일
행적과 관련한 광고문 혹은 안내시설을 설치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간 1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친일 행적이 있었던 인물을 기념하는 곳을 지키는 관리자의
노릇을 자청하면서 객관적이고 반드시 알려야 할 사실을 전달하는 데는 한발
물러서고 있는 셈이다.
반드시 김상만 가옥 내부가 아니더라도 그 앞이나 주변부 혹은 진입로 등에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안내판 설치에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행정의 적극적인 조치가
아쉽다.

아울러 줄포면사무소 창고에 보관 중인 이완용공적비를 제자리에 세워 김상만
가옥과 함께 어두운 역사를 조명하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에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줄포초등학교에서 부안군의 3·1운동이 처음
시작된 점을 들어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역사 관광지로서 줄포면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

2014년 김상만 가옥 방충 사업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드러난 만큼만
약 10억여 원의 세금이 들어갔으며, 부안군 관계자에 따르면 명목에 따라 따로
집행된 내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들어간 세금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역사적 가치를 품고 있으며, 향후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써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있는 무송병원을 '마땅한 용도가 없고 비용이 많이 든다',
'보기 싫다'는 이유로 무참히 밀어버리는 용단을 내리면서도 친일 행적이 명백한
문화재에는 1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가며 고치고 관리하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문화재청은 김상만 가옥의 문화재 지정해제 요구에 대해 ‘140년 된 가옥으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 시간과 존재 자체만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 가옥이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김성수의 업적을 추켜
세우며 기념하고자 지정했다는 것은 다들 짐작으로 아는 사실이다. 부안군과
문화재청은 김성수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고 서훈이 취소되는 흐름에 발맞춰
마땅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기에 여전히 아까운 세금만
들이붓고 있다.

지금이라도 부안군이 김성수의 친일 행적을 명백히 알리고, 김상만 가옥을 비롯해
다양한 역사적 자료와 유적 등을 활용해 올바른 역사관을 전해주기를 군민들은
바라고 있다.

출처 : 부안독립신문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