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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마이뉴스] 광복회장에 발끈한 통합당, 그들이 보여준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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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8-18 14:25 조회8,0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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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친일청산'에 '국론분열'로 응수하는데... 반박 근거 못 찾고 헤매


김원웅 광복회장의 8.15 광복절 기념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복절 연휴 기간에도 논쟁이 계속 이어졌다.

기념사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부분은 아래 대목이다.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습니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 뿐입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대한민국정부에서 똑같이 초대 대통령이 됐지만, 두 차례 다 나라에 죄를 짓고 쫓겨났다. 대한민국정부 대통령 때는 재판도 받지 않고 하와이로 도주했다. 민주주의를 배반한 대통령들 중에서 최소한의 처벌도 받지 않은 사람은 이승만을 포함해 두 명이다. 그나마 이승만은 몰래 도주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유죄'에 더해 '무책임'까지 저질렀던 것이다.

거기다가 반민특위를 탄압하고 친일청산을 무산시켰다. 8.15 이후의 한민족이 당면한 최대 과제 중 하나를 산산조각 냈던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광복회장이 이승만을 '이승만 대통령'으로 부르지 않았다고 분개하고 있지만, 나라에 죄를 지은 사람의 이름 뒤에 대통령 직함을 붙여주는 것이 오히려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다.

안익태는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음악 활동을 유럽에까지 가서 펼쳤다. 친일청산이 제대로 됐다면 그의 작품이 애국가가 됐을 확률은 현저히 낮다. 친일파가 지은 노래를 애국가로 부르는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광복회장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광복회장의 기념사에는 이외에도 주목할 부분이 많다. 국립현충원에 친일파가 안장돼 있는 현실이 야스쿠니신사에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안치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도 물었다.
  

"일본의 정치인을 만나 '독일처럼 진심으로 과거청산을 하라', '전범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일본 정치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국립현충원에는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전범, 그 전범의 졸개들이 묻혀 있더라, 당신들은 왜 그곳을 참배하느냐? 우리더러 과거 청산하라고? 당신들이나 제대로 하라.'"


국립현충원에는 한민족을 위해 인생을 바친 분들이 묻혀야 한다. 그런데 일본민족을 위해 인생을 바쳤을 뿐 아니라 일본과 합세해 한민족을 탄압한 사람들이 그곳에 묻혀 있다. 광복회장이 당연히 비판해야 할 부조리한 현실이다.

통합당의 알맹이 없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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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소연


잘못된 현실을 비판하는 광복회장의 발언에 대해 미래통합당이 맹렬히 비판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알맹이 없는 비판에 불과하다. 통합당이 논리적인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김원웅 광복회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16일 자 논평에서 "광복회 정관(제9조)에는 임직원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회장의 친일청산 발언이 정치적 발언인 듯한 느낌을 풍기는 논평이다.

지난해 10월 15일 개정된 '광복회 정관'의 제9조는 "본회는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김원웅 회장이 기념사에서 한 일은 친일파를 반대하는 발언이다. '친일파를 반대하는 발언'을 '특정인을 반대하는 정치활동'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친일청산에 대한 통합당의 시각을 그대로 노출한다. 친일청산을 민족적 관점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통합당 대변인은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을 이름만으로 부르고, 대한민국의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하고, 현충원의 무덤까지 파내자는 무도한 주장을 펼쳤다"면서 "그가 언급한 내용이 국민화합을 선도하는지, 회원들의 뜻을 대표하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한 뒤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초대 정부 대통령을 이름만으로 불렀다'고 하지 않고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을 이름만으로 불렀다'고 했다. 통합당 대변인이 임시정부 법통을 인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승만이 대한민국정부 대통령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대통령직도 올바로 수행하지 못해서 탄핵을 받았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통합당 대변인은 이승만을 비판하고 안익태의 친일을 문제 삼고, 친일파의 현충원 파묘를 외치는 주장이 왜 잘못됐는지를 지적하지 못했다. 그런 주장이 국민화합에 부합하는지를 문제 삼았을 뿐이다.

이는 통합당이 '친일청산으로 인해 친일파의 죄악이 공개되면 그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정치세력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염려를 '국민화합 우려'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 친일청산을 진영 논리로 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 반민특위, 어쨌든 활동" 억지주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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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소연


그 같은 정파적 관점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최형두 통합당 의원에게서도 나타났다. 그는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두고 "굉장히 걱정스럽고 분열적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친일청산을 '분열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반민특위가 폭력적으로 해체됐다는 광복회장의 발언에 맞서, 최형두 의원은 반민특위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다는 엉뚱한 주장을 내놨다. "그 반민특위, 어쨌든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활동을 했습니다"라며 "그리고 청산 노력을 했고요"라고 말했다. 반민특위가 잠깐 동안 활동한 사실을 근거로 친일청산이 상당부분 이뤄진 듯 발언한 것이다.

또 친일파 윤치영과 유진오가 대한민국정부 초대 내각에 들어간 사실을 감안하지 않고 "(대한민국) 초대 내각을 보면 전부 독립운동가입니다" "반면에 북한은 정말 친일 내각입니다. 대부분 부역자들이 많아요"라고 발언했다. 남한이 북한보다 철저하게 친일청산을 한 것 같은 오해를 조장하는 발언이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필요했던 겁니다"라는 황당한 발언도 했다. 광복회장의 이승만 비판에 대응하고자 내놓은 주장이다. 이승만 시대를 거쳐 김대중이라는 인물이 나왔으므로 이승만 시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은 이승만 시대만 거친 게 아니라 박정희 시대도 거치고 전두환 시대도 거쳤다. 최형두의 논리대로라면, 이승만뿐 아니라 박정희·전두환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논박할 근거가 없으니 "국론분열" 타령만

김기현 통합당 의원 역시 친일청산을 정파적 관점으로 바라봤다. 광복회장을 비판하는 15일 자 페이스북 글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하시다가 국민의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이승만'이라고 칭하며 모욕하고, 보수세력을 매국노 이완용에 빗대기도 했습니다"라며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낍니다"라고 한 뒤 친일파를 조상으로 둔 여권 인사들부터 비판할 것을 촉구했다.

김기현 의원의 글은 그가 '친일파 청산'과 '친일파 후손 청산'을 혼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풍긴다. 친일청산을 민족문제로 인식하지 못한 채 정파적 진영 논리로 대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발언을 제대로 논박하려면,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방해하지 않았고 안익태가 일제 침략을 미화하지 않았으며 현충원에 묻힌 친일파들이 친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것을 입증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친일청산을 국론분열로 몰아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합당이 7월 20일 발표한 새로운 정강정책 초안에 "우리는 3.1독립운동 정신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고"라는 부분과 "우리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며 진영 논리에 따라 과거를 배척하지 않는다"라는 부분이 있다.

통합당은 3.1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해놓고도 친일청산을 비판하고 있다. 진영 논리에 따라 과거를 배척하지 않겠다고 해놓고도 친일청산을 정파적 관점에서 대하고 있다. 새로운 정강정책 초안이 과연 진심을 담은 것인지 생각게 하는 일들이다.

 

◎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