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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마이뉴스] 동아일보 창업주 동상 앞 '친일안내문'이 만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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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8-12 14:12 조회8,3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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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 선생과 조명하 선생, 조병옥 박사가 있어서 당연히 독립운동가의 동상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김성수였다.  


정부와 대법에서 인정한 친일파가 어떻게 대공원 정문 앞에 세워져 있는지 이해

가 안간다. 친일파 안내문이 세워졌다고 하는데 유심히 살피지 않는 이상 잘 보

지도 않는다.


독립운동가 동상들 사이에 김성수 동상이 있는 건 맞지 않다. 정리(철거)해야

않을까?"

휴가를 맞아 자녀들과 함께 서울대공원을 찾았다는 40대 황정하씨는 인촌 김성

동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햐는 질문에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정문을 기준으로 맞은편에는 독립운동의 거목 단재

신채호 선생의 동상이 자리해 있다.


단재 동상에서 20m정도 떨어진 인근에는 일제강점기 일왕 히로히토의 장인이자

일본육군 대장이었던 구니노미야 구니요시에게 단검을 던진 조명하 의사의 동상

있다.


바로 옆에는 독립운동가 조병옥 박사의 동상도 있다.


독립운동가 동상 행렬의 마지막에 동아일보 창업주 인촌 김성수의 좌상이 자리

있다.


김성수의 동상이 위치한 곳은 서울대공원 호숫가 둘레길로도 유명한 장소다.


주말이면 나들이 하는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마이뉴스>가 현장을

찾은 3일 역시 다르지 않았다.


궂은 날씨와 월요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거나 산책하는 시민들의

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김성수 동상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앞선 40대 황씨처럼 친일 행적을 문제 삼는 의견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매일 둘레길을 산책한다"고 밝힌 경기도 과천시 주민 A씨(70대)는 "김성수

선생의 동상 입구에 친일파 안내문이 세워진 것은 지극히 잘못된 일"이라면서

"어떻게 부통령까지 지내고 대한민국을 위해 애쓴 애국자를 욕보일 수 있냐,

지금이라도 안내판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 전혀 다른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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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정문 앞에 설치된 인촌 김성수 동상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동상 앞에 설치된 2개의 안내문처럼 양분돼 있다.

지난 6월 10일 김성수 동상 입구 우측에 새로운 안내문이 설치됐다.


안내문에는 "2017년 4월 대법원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가 인정돼 2018년 2월

국무회의 의결로 건국훈장의 서훈이 취소됐다"면서 "현재 동상의 이전·철거

등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명시됐다.

그러나 1991년 11월 지금의 자리에 처음 세워진 인촌 김성수의 동상 하단에

'인촌김성수선생의 생애'로 명명된 석판 안내문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새겨져

있다.

"선생은 일제가 나라를 강점하고 있을 때 3.1독립운동을 지도하고 물산장려

운동과 한글운동을 지원하는 등 국내 항일운동의 중심인물로 활약했으며 광복

후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진력한 애국자였다."

같은 공간에 상반된 두 개의 안내문이 설치된 셈이다.

2009년 정부 기구인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의 적극적인 친일행위를 이유로 국가공인 친일파로 선정해 발표

했다.


2017년 4월, 대법원은 김성수의 친일행적을 판결로 확정해 알렸다. 이듬해인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1962년 김성수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받은 대한민국 건국훈장의 서훈을 국무회의 의결로 취소했다.


이후 독립운동단체 등을 중심으로 서울대공원 인촌 김성수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게 일었다.


결국 지난 6월 김성수의 동상 앞에 친일행적을 포함하는 안내문이 설치됐다.

현재의 동상은 인촌 김성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인촌기념회가 서울시 소유

땅인 서울대공원 입구에 세운 기념물이다.


문제는 이 동상이 인촌기념회의 사유재산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안내문을

넘어서 동상 철거 및 이전에 관해선 더이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역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철거에 관한 법령과 조례안이 없다"

면서 동상 이전에 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성수 동상은) 역사적인 조형물이다.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에서는) 동상의

역사성에 대한 심의를 할 수 없다. (위원회는) 공공미술의 작품성과 조형성에

대한 심의를통해 설치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만 갖고 있을 뿐이다. 역사적인 판

을 하는 기구 등에서 이전·철거에 대한 타당성을 판단을 하고 이를 통해서만

실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국가 땅에 세워진 친일파 동상, 철거 사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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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4월 28일 전남 고흥군 고흥읍 옥하공원에 있었던 친일파 김정태의

흉상이 지역 고등학생들의 민원과 국가보훈처의 화답으로 철거된 사례가 있다.

김성수와 마찬가지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국가공인

친일파로 선정된 김정태는 일제강점기 당시 전남 영광군수·광주군수·순천군수

등을 지내며 일제에 적극적으로 부역한 인물이다. 그의 아들 김상형 역시 중추

참의를 지내며 일제에 협력해 국가공인 친일파로 선정됐다.

김정태 흉상이 있던 옥하공원은 김정태 후손들의 소유였다. 그러나 2009년 대

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재산조사위원회'에 의해 김정태의 후손이 소유하고

있던 땅이 국가로 귀속됐다. 이후 국가보훈처에 의해 관리돼 왔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지역 내 학생들이 김정태 흉상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고 국가보훈처는 김정태의 후손에게 흉상을 자진 철거할 것

을 통보했다.


후손들이 흉상 철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국가보훈처는 행정대집행을 통보했고

이들은 결국 승복해 최종 철거가 이뤄졌다.

'법이 없다'라는 이유로 시유지 위에 세워진 김성수 동상 철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서울시와는 다른 행보다.


앞서 2015년 4월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관련법인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확정한 1000여 명의 친일파

에 대해서는 어떤 기념물이나 기념관을 만들지 못하게 한 것. 이미 설치된 조형물

이나 기념관에 대해서는 2년 이내에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못하게 조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제대로된 논의 없이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인촌기념회 "철거 관련 공문 받은 적 있지만, 어떤 계획도 없다"

인촌기념회는 <오마이뉴스>에 서울대공원 인촌 김성수 동상 철거와 관련해 "특별

입장이 없다"면서 "철거와 관련해 공문을 몇 차례 받은 적은 있지만 지켜볼 뿐

이다, 어떤 계획도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 시유지 위에 있는 김성수 동상 이외에도 전국에는 인촌 김성수와 관련

동상과 기념관 등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2015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전국 각지에 설치된 친일반

족행위자 기념물을 조사한 결과, 김성수 기념물은 서울대공원 동상을 비롯해 고려

대학교 본관 앞 동상, 전북 고창 생가, 서울 종로구 계동 등 총 네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서울대공원 인촌 김성수의 동상만 서울시 소유의 공유지에 세워진 기념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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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김종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