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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충청신문] 감춰지고 굴절된 역사,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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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6-29 13:58 조회8,1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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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우, 학교 교육과정에서 역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고 들었다.

교육과정 편성에서 역사는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입시 시험에서도 가장 높은 배점을 둔다고 들었다.

독일의 경우,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역사의 절반이 히틀러 시대, 나치 시대라고 들었다.

2차 세계대전을 찬양하는 내용이 아니라 정반대로 인류에게 재앙을 안긴 독일의 과오를 명확하게 가르쳐
다시는 그러한 비극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고 들었다.
 
이에 비한다면 우리는 교육과정에서 역사를 지나치게 소홀히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시간 할애도 적고,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지 않다.

 


입시제도가 변경될 때마다 역사는 필수과목이 되기도 했다가 선택과목이 되기도 했다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모든 학생은 영어와 수학이라는 과목에 집중해 입시를 준비하면서 역사는 그저 몇 달 외워서 시험만
치르면 되는 암기과목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대부분 국민은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관해서는 비교적 풍부한 상식을 갖고 있고,
큰 줄기를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에 관해서는 기대 이하, 수준 이하의 상식을 갖고 있다. 그것도 제대로 된 역사에서 한참 벗어나
아주 왜곡된 역사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가까운 역사, 즉 현대사를 이해해야 하지만 우리 국민의
현대사에 대한 이해 수준은 지극히 낮고 편향적이기까지 하다.

다수의 국민이 이토록 현대사에 관한 지식이 짧은 것은 그들이 학생 신분일 때 현대사를 소홀이 배웠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연령 이상의 성인들은 노골적으로 왜곡된 현대사를 배웠고, 이후 그 왜곡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반공이 국시이던 시절의 현대사 교육은 오로지 국민을 반공 투사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이 반공주의자라면 그가 어떤 이력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반공에 앞장섰다는 사실만 중요할 뿐이었다.

대전은 서울과 더불어 국립현충원이 있는 도시이다.

그래서 매년 현충원에 안장된 인사 중 친일 행적이 있는 이들의 파묘(破墓) 문제가 지역사회의 이슈가 된다.

일제강점기에 가혹하게 민족을 탄압하고 독립군 몰살에 앞장섰던 이들이 한국전쟁에서 북한군과 싸워 전공을
세웠다면 호국의 인물이 돼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김창용 같은 악질 친일파의 파묘 문제가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 된다.

사실 논란이 필요 없는 문제이다.

다수의 국민이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감춰진 행적에 대해 제대로 알 기회가 주어진다면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반민족 친일파가 어찌 호국의 영령들과 한 공간에 묻혀있을 수 있단 말인가.

독립군을 때려잡던 악질 친일파가 독립군과 나란히 국가 유공자로 대접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이 제대로 된 현대사를 배웠다면 논란 자체가 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전쟁의 영웅이라고 칭송되는 백선엽 전 장군이 올해 100세를 맞았다.

그도 하늘의 부름을 받을 때가 되었다.

그래서 그가 국립묘지에 묻힐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 역시 전쟁 영웅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 활동을 하며 독립군 소탕 작전에 가담한
이력이 알려져 있다.

전쟁에는 영웅일지 몰라도 민족적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 백선엽이다.

그는 현행법 기준으로 현충원에 묻힐 자격이 있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감정과 일반의 민족 정서는
이를 허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현충원 안장이 합당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민족이 우선인가, 이념이 우선인가의 문제이다.

반공 이념을 앞세워 국민을 우민화했던 과거 군사정권 시절이라면 아무런 논란 없이 안장이 추진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논란을 잠재우는 길은 현충원 안장 자격 기준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일이다.

관련 법의 개정은 시급히 처리돼야 한다.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할 필요가 없게 해야 한다.

바른 현대사 교육으로 민족의 중요성을 각인하게 해야 한다. 우린 현대사를 너무 모른다.

우리 민족에 대해서도 너무 모른다.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