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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마이뉴스]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가 나란히... 국립묘지에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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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3-02 09:20 조회6,4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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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친일' 문제만큼 뜨거운 논쟁거리가 있을까? 올해로 해방 75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친일에 관련된 논쟁은 뜨겁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해방 직후 가장 먼저 처리 돼야 했을 친일파 청산 문제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정사상 초유의 촛불시민혁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기인한 적폐세력에 대한 청산 열망이 그 원천이었음은 가히 역설적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올해는 특히 일제강점기에 창간돼 친일 반민족 행위에 앞장서 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친일세력의 후예들이 활개 치며 기득권과 주류를 장악하고, 심지어 정의를 참칭하고 있다. 적폐의 그늘 아래서 굳건한 뿌리를 내린 채 반복되는 친일세력의 기득권 대물림 현상,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불가역적이고 포괄적인 청산 작업이 시급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여전히 친일청산은 멀고도 멀다.


이에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 제8호는 '멀고도 먼 친일청산, 왜?'를 특별 기획으로 마련하고, 지난 40여 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친일청산 운동을 전개해온 김영만 선생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기억은 잊히지만 기록은 역사가 되며 역사의 승자는 기록하는 자의 몫'이란 말을 몸소 실천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시민사회운동가이다. 75세의 나이에도 현재 창원시 민주주의 전당 건립추진위원회 상임대표와 민주항쟁 정신계승 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 등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왕성한 시민사회운동으로 노익장을 자랑한 김영만 선생은 최근 열린사회희망연대 20주년 기념 백서 <친일 친독재가 어깨 펴고 사는 나라>를 출간했다. 그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는 바로 친일·친독재 청산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아직도 친일세력들이 묻혀 있거나 활동 내용이 미화된 채 고스란히 존립하고 있는 국립묘지와 각종 친일세력 기념관, 기념비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2월 초에 전화와 서면으로 이뤄진 김영만 선생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생계를 위해 친일했다는 말은 해괴한 논리"
 
- <친일 친독재가 어깨 펴고 사는 나라>를 출판한 계기는 무엇인가?

"시민단체가 자신들이 했던 일과 성과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백서를 출간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도 그런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 이상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20년 동안 열린사회희망연대(이하 희망연대)는 친일·친독재 청산운동을 꾸준히 펼쳐왔고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청산되어야 할 세력들은 기가 꺾이고 힘이 약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뻔뻔해지고 강해졌다. 이들은 시민,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친일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친독재는 애국'이라는 주장을 가르치고, 시시때때로 역습을 시도하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도전에 이 백서로 경고를 보내고, 시민들에게는 지역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친일·친독재 청산운동의 기억을 환기하고자 했다. 또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진 시민이나 학자들에게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백서를 출판하게 되었다."

- 백서에서 '친일 문제는 결코 과거사가 아니다. 친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며 역사'라고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희망연대가 활동하는 지역인 경남, 특히 도청이 있는 창원에서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밀레니엄 사업'이라는 듣기만 해도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지역 출신으로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문화예술인들을 선정해 기념관을 짓겠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들이 친일·친독재 경력을 가진 문인과 음악인들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의식 있는 시민들 속에서 그들의 친일·친독재 행위가 회자됐지만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로 크게 다루어진 일은 없었다. 그런데 밀레니엄 사업이라며 시민들의 혈세로 그들의 헌정 기념관을 짓는다는 사실에 화가나 희망연대를 비롯한 민주·진보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념관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렇게 되자 지역의 토호세력 등 이해가 얽힌 관련 집단이 우리의 운동을 지적해왔다. 지역 내 잠재되어 있던 친일·친독재 세력과 친일청산 민주시민 세력이 충돌하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수년간 찬반으로 나뉜 적이 있었다. 한창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때 친일청산 운동단체 명의로 발표한 성명 일부를 질문에 대한 답으로 대신하겠다."


【 친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며 역사이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는

    단 한번도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을 제대로 처단하고 치욕의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지 못했다.
    이승만에 의해 반민특위가 강제로 해체된 통한의 역사 속에서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은 반공, 친미주의자로 둔갑하고, 친독재

    세력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면서 우리사회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교육, 법조계 등 사회 전 부분에서 의기양양하고 기세등등

    하게 행세해 왔다.

    바로 이들이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와 사회제도를 왜곡하면서 국가와 각종 사회조직을 운영하고 통치해온 결과, 지금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수많은 모순과 문제를 낳고 있다. 그리고 그 고통과 후유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민중들이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 지금 각 지방자치단체나 혹은 법인이나 운영위원회 등의 이름을 가진 민간 기구에서 친일반민족 활동 경력을 가진 인사들

    과 친일 문화예술인들을 기념하고 미화하는 각종사업이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지금 이 시점에도 그들의

    후예들에 의해 친일반민족 행위가 거리낌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증명하는 사례의 일부이다.

    그동안 독립애국지사들을 기리고 기념하는 사업보다는 오히려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의 기념사업이 질적, 양적인 면에서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과 일상생활 속에서 그들의 친일행위는 감추어지고 미화, 과장된 업적이나 문화예술 작품을

    찬양하는 정보를 훨씬 더 많이 접하다 보니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일제시대 친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었느냐', '그래도

    과보다는 공이 많다', '작품은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친일

    행위자로 거론되는 인물이 기념사업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에는 어떤 논리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처럼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의 각종 기념사업은 진실을 감추고 역사를 왜곡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들의 역사관과 가치관에

    심한 혼란을 일으키고 친일에 대한 불감증을 계속 조장해 나간다는 것은 민족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경고한다. 만일 이번 국회에서 다루어야 할 친일 진상규명 법 개정 과정에서 정치적 타협으로 예외와

    성역을 두게 된다면 이는 반민족, 반 역사에 더하여 반인권, 반인류적 행위를 저지른 자들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친일청산 시민행동연대 준비 위원회'는 우리 후대에까지 청산되지 못한 부끄럽고 불행한 역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의 각종 기념사업을 끝까지 반대하고 철폐시켜 나갈 것이다. 】

    2004년 9월 2일
    친일청산 시민행동연대 준비위원                                                                                                                                  


친일·친독재 인사들의 기념관을 만들면 안 되는 이유   

- <친일 친독재가 어깨 펴고 사는 나라> 1부에서 '친일 친독재 청산 20년, 수없이 듣고 수없이 답한 11문 11답'을 소개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과 답변을 다시 한번 꼽으라면?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이다. 사실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제안이라고 해야 할 내용이다. 우리와 생각을 함께하던 많은 분도 이 말을 듣고 그럴듯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아주 설득력이 있는 질문이다. 책에 쓰인 전문 그대로를 소개하겠다. 이 글에서는 특정 문인을 예로 들었지만 모든 친일·친독재 인사들의 경우에도 다 해당하는 내용이다."


【 [질문] 사람에겐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공과 과가 있기 마련이다. 기념관을 만들고 그 안에 공과를 꼭 같이 전시하면 되지

    않겠나?

    친일·친독재 역사청산운동을 해온 20년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친일·친독재 행위를 부정하거나 억지 주장으로는

    기념관 건립이나 존립이 어렵겠다는 판단에서 나온 일종의 타협안이다. '과'도 인정하고 '공'도 인정하는 이 두 가지를 다

    수용하는 기념관을 짓자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매우 합리적인 방안으로 들리지만, 사실 기념관을 짓는 그 자체가 친일·친독재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라고

    판단해 우리는 이 논리에 반대했다. 결국 우리의 주장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현상이 지금 이원수 문학관과 마산음악관(사실상

    조두남 음악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기념관들의 기능이 이제는 친일이 죄가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원수문학관이 매우 심각하다. 2011년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선포식'에서 사회를 보던 모 대학 교수가

    이런 발언을 했다. '이원수의 친일은 도도히 흐르는 대하에 한 방울의 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을 언론을 통해 전해 듣는

    순간, 분노보다 먼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기념관이라는 공간에 공과 과가 함께 들어오게 되면 공은 태산 같이 커지고, 과는 티끌처럼 가벼워 질 것'이라며 반대했던

     우리의 우려가 사실이라는 것을 그의 입을 통해 확인하게 된 것이다. 실제 자신들이 창원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이원수문학관에서 일이 일어나고 있다. 】  


- 책에서 이은상, 조두남, 이원수, 장지연, 남인수, 반야월 등을 친일 인물로 부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들은 모두 희망연대의 소재지인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한 친일·친독재 문화예술인들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의 혈세로 그들을 추앙하고 기리는 대규모 기념사업을 경쟁적으로 진행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그 대상은 이원수(아동문학가), 조두남(작곡가), 이은상(시조시인), 장지연(언론인) 남인수(가수), 반야월(작사자) 등이다. 이름만으로는 잘 모르는 분들이 있다면 그들의 대표작을 들으면 누구라도 '아~' 할 것이다.

이원수는 일제 말 <지원병을 보내며>와 같은 몇 편의 동시와 '고도감회'와 같은 수필로 태평양전쟁을 찬양하고 일제의 내선일체에 정책에 감화를 받아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이 되고자 했다. 조두남의 <선구자>는 어려운 시절 애국가만큼이나 공·사적 행사에서 많이 불린 노래다. <선구자>라는 단어는 우리말이 아니라 당시 일제가 즐겨 쓴 단어로, 일제침략 정책에 공로가 있는 자들에게 일제가 부여한 칭호였다.

이은상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친독재 인물이다. 그는 1960년 제4대 정부통령선거 당시 이승만을 '성웅 이순신'으로 치켜세우며 전국 유세를 다녔고, 박정희 때는 유신체제를 강화하는 '긴급조치 9호' 지지를 위한 '총력안보국민협의회' 의장을 맡아 유신권력의 실세로 문화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전두환 시절에는 전두환을 찬양하는 글을 발표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의 국정자문위원이 되었다.

장지연은 오랫동안 언론인들에게 존경받은 인물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논한 '시일야방성대곡'은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경남일보에 주필로 재직(1909~1913)할 당시 안중근에 처단당한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시를 비롯해 일왕 메이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한시를 게재하는 등 친일 흔적을 남겼다. 특히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문에 많은 친일시와 논설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남인수는 일제 강점기 때 식민지 조선 청년들을 일제 침략전쟁에 내몰았던 '혈서지원', '이천오백만 감격' 등 군국가요와 내선일체를 선전하는 친일가요를 불렀다. 반야월도 '일억총진군', '결전 태평양' 등의 군국가요를 작사하고 직접 노래를 불렀다.

솔직히 그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대접받는 인물들이며,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발전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후학이나 팬클럽 회원들이 자비로 공공의 장소가 아닌 사유지에 기념비를 세우거나 기념사업을 한다면 우리가 나서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위에 거론된 인물들의 기념사업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기념사업을 한다는 것 때문이다. 기념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시민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는 위인으로 모셔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반민족 반민주 행위를 한 그들을 표상으로 삼겠다고 기념관을 찾아오는 어린 학생들이 과연 무엇을 배우겠는가?

나라가 어려울 때 친일을 해도 시 몇 편 잘 쓰고 곡 하나 잘 만들면 국가와 시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꼴이 된다. 이건 대한민국을 기회주의자들의 천국으로 만드는 일이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이역만리에서 풍찬노숙하며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일제와 싸우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있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이들의 기념관 건립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지난한 반대운동 끝에 이은상 문학관과 조두남 기념관을 마산문학관 마산음악관으로 변경했다. 물론 명칭뿐 아니라 내용도 완전히 바뀌었다. 장지연은 서훈이 취소되었다.

대구 반야월 기념공원과 기념행사도 막아냈다. 진주 MBC에서 해마다 주관하던 남인수 가요제는 진주시민들이 중단시켰다. 그러나 창원의 이원수 문학관은 여전히 건재하다. 창원시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한해 1억 2천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지금도 폐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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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명의 친일파, 항일독립운동가들과 국립묘지에 함께 안장"
      
- 마산, 창원 등 경남지역 외에도 친일세력이 청산되지 않고 있는데, 다른 지역의 대표적 친일 인물들은 누구라고 보는가?
"아무래도 기념사업 중 규모가 큰 문학관이나 음악관 등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2001년에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시인 서정주의 '미당시문학관'이 개관할 당시, 지역 내 역사 관련 시민단체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다. 몇 년간의 투쟁 끝에 문학관 안에 서정주의 친일·친독재 시 8편을 게시하는 걸로 합의했다. 

군산에 있는 소설가 '채만식문학관' 역시 2001년 개관했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들이 문학관 명칭 변경과 기념사업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 외 몇몇 지역에서 친일파들의 동상이나 기념비 등이 문제가 되었던 걸로 알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념관을 지어 큰 말썽이 된 것은 경남과 전북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친일파 기념관 이상의 문제가 되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묘지'다. 국립묘지에는 76명의 친일파와 5명의 12·12 군사반란 연루자의 묘가 있다. 친일파와 항일독립운동가들이 함께 안장되어 있다는 사실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창룡이다. 김창룡은 김구 선생의 암살자 안두희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승만 정권 아래에서 육군 중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특무대(국군기무사령부의 모태) 대장이었다. 일제의 관동군 헌병으로 복무하면서 해방 전 2년 동안 그가 적발한 항일조직은 50여 개에 달했고, 해방 후에는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하고 거창 양민학살을 직접 주도하고 시행했다. 같은 시기 일제가 독립군을 잡기 위해 만든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송석하, 신현준, 김석범 등 외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물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시민단체는 이들을 이장하라는 요구와 집회를 해마다 진행했다. 몇몇 정치인들과 함께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막고, 강제 이장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도 20대 국회에서 발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지금 대한민국의 혼란과 혼돈의 시작은 바로 국립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힘 가진 정치인 중 친일 성향 많아"

-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친일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가장 문제가 있는 분야가 있다면 어느 분야라고 생각하고, 어떤 형태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보는지?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정치'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많은 사람이 친일파라는 말보다 토착왜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두 단어가 주는 느낌으로는 친일파보다 토착왜구라는 말이 훨씬 더 실감 나는 것 같다. 특히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정치인 중 유달리 친일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일본 아베 총리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을 두고 대다수 국민이 불매운동으로 대응했을 때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아베수상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고 했다. 그뿐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이며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등 일본 극우의 주장을 그대로 담은 <반일종족주의>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것도, 지금 이 땅에서 횡행하는 친일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친일은 '친일인명사전'에만 있는 과거사가 아니라 해방되고 75년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이며, 그것도 당당하게 어깨 펴고 큰소리치며 대한민국을 활보하고 있다. 이것은 이들을 감싸 안고 함께 하는 일부 정치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총선을 통해 이러한 정치인들을 국민의 손으로 퇴출하느냐, 없느냐가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과 동아, 반성은커녕 이념 갈등 부추겨"
   
- 올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친일 행위에 앞장섰던 신문들이 100주년을 맞는다. 이들 신문이 국내 언론계의 주류임을 참칭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장 심각한 분야가 어디냐'는 질문에 정치라고 답했지만, 사실 토착왜구 정치인들과 조선·동아는 쌍두마차다. 둘 다 친일·친독재 청산 대상 제1호다. 이 둘을 동시에 청산하지 않으면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다. 서로가 수혈을 통해 살려낼 것이다. 이 둘은 DNA만 같은 게 아니고 혈액형까지도 같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올해가 조선·동아 100주년이라고 하니 아마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할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동아의 친일 반민족 보도 역사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이 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이들이 자기 생각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색깔론을 들고나와 국민들에게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런 언론을 그냥 둔다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순식간에 뒤로 돌아갈 수 있다. 이들은 지금도 촛불혁명을 무위로 돌리려 애쓰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안티조선 운동'이 일어났었다. 당시 희망연대도 지역에서 여러 단체와 연대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들을 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선수를 응원하는 '아리랑응원단'을 취재하려는 조선일보를 막기도 했다.
    
그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많은 시민에게 조중동이라고 하는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으로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해 여름 아베가 '경제침략'을 했을 때 조선일보와 일부 야당은 우리나라 경제가 곧 무너질 듯 호들갑을 떨며 정부를 나무랐다. 당시 보도를 보면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다양한 매체의 뉴스를 본 후 '아베 규탄, 지소미아 종료 운동'을 자신감 있게 밀고 나갔다. 결과는 조선일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정은 안 하겠지만 말이다.

언론개혁을 위해 어떤 방법들이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언론 관련법, 특히 가짜뉴스 방지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있는 법도 별 효용이 없는 것 같지만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경남, 보수성향 강하지만 계속 노력할 것"

- 앞으로 친일청산과 관련해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친일청산 운동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년 전부터 해당 자치단체에 요구해 온 것이 있었다. 바로 '친일·친독재 인사들의 기념사업을 금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반민족 행위자와 독재부역자들의 기념사업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문제는 시의원들이 친일·친독재 청산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보수성향이 강한 경남지역에서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우선 어떤 정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가 하는 것도 문제이고 정당과 관계없이 의원 개개인의 생각에 편차도 있다.

마침 지난해가 3.1운동 100주년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라서 몇몇 시·도 의원들과 접촉해 봤는데 성급하게 추진하다가는 자칫 안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와 지금 여러 가지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일을 성사시켜 볼 계획이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는 친일·친독재 청산에서부터"

- 끝으로 정부나 지자체,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헌법을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한다. 친일·친독재 행위는 대한민국의 법통과 정통성 그리고 민족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며 헌법에 반하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적어도 친일·친독재를 비호하고 기념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친일·친독재 찬양금지법' 같은 법을 제정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두 번 다시 반동세럭들에 의해 역사가 퇴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4월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들어서면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막고, 강제 이장을 가능케 하는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나름대로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친일·친독재 지원금지 조례'를 제정하면 지금과 같은 불필요한 분란을 막을 수 있다. 그 명분은 헌법전문에 있다.

시민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는 바로 친일·친독재 청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우리 자식들에게 보다 나은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면 말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박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