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 포함은 MB 때.. 도로명 개정도 주민 58% 찬성
[오마이뉴스 글:곽우신, 편집:김지현]
▲ 박영선 청문위원으로 나선 이언주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광명시을). 사진은 지난 3월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 남소연
"조상도 고마움도 모르는 패륜적 집단 아닌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광명시을)이 '인촌로'를 '고려대로'로 개명하는 것을 두고 정부·여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들의 이중성은 가히 추종을 불허한다"라며 "국민들 먹고살기 힘든데 경제회복에는 하나도 관심 없으면서 대일외교 등 외교파탄만 일으켜 관광·수출 등에 타격만 입히는 망국적 반일놀이, 위정척사놀이를 계속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북 고창 출신 인촌 김성수 선생이야말로 이승만과 함께 대단한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건국 초기 토지개혁 등 근대개혁을 솔선수범하여 자기 재산을 아끼지 않고 교육 등을 위해 헌납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신 선각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데 현 집권세력은 편협하게도 그런 김성수 선생마저 일제 말기의 일부 행적을 문제삼아 독립운동과 건국시기의 어마어마한 업적을 철저히 외면했다"라며 "오로지 친일파라며 그분이 세운 고려대 앞 그분을 기리며 붙인 거리명도 없애버렸다"라고 힐난했다. "공부를 안 하는 건지, 민족근본주의에 빠져 이성을 잃은 건지, 조상도 고마움도 모르는 패륜적 집단 아닌가?"라고도 덧붙였다.
이언주 의원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는 김성수의 "일제 말기 일부 행적을 문제삼아 독립운동과 건국시기의 업적을 외면"하고, "그분을 기리며 붙인 거리명(인촌로)도 없애버렸"을까.
[사실 검증①] 김성수를 친일파로 인정한 건 이명박 정권 시절
▲ 인촌 김성수 ⓒ 자료사진
김성수의 친일 논란은 과거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하면서 그의 이름을 포함했다.
지난 2009년 11월 27일,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제3기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발표할 당시에도 그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국가기구가 김성수의 친일 행적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때인 2005년 5월 31일 설치됐으나, 김성수의 이름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한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이었다.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이었던 2011년, 국가보훈처는 '친일경력이 있는 독립유공자 19명'의 서훈 취소 결정을 내렸다. 본래 서훈 취소 대상이었던 김성수는 '보류'됐다. 인촌기념사업회가 김성수의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심(2011년)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의 2심(2016년) 법원도 김성수의 친일행적을 인정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7년 4월 13일, 대법원은 김성수의 친일행적을 최종적으로 인정했다.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그동안 보류돼왔었던 김성수의 건국훈장 서훈이 2018년 2월 13일 국무회의 의결로 취소됐다. 소송으로 인해 서훈 취소가 보류된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사실 검증②] 도로명 변경은 성북구민 등의 자발적 요구
▲ 이제는 '고려대로'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바람마당 앞의 '인촌로 7길' 도로 명판이 '고려대로 7길'명판으로 교체되고 있다. 김성수의 친일행위가 2017년 대법원에서 인정되고 정부가 건국훈장도 박탈함에 따라 성북구는 주민 동의를 받아 인촌로를 고려대로로 바꾸고 지난해 12월 24일 이를 고시했다. |
ⓒ 연합뉴스 |
도로명 개정은 구청 소관이다. 서훈 취소를 계기로 이 인촌로를 고려대로로 개명한 건 민주당 소속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상명하달식 권력행위였을까?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도로명 개정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이승로 구청장은 지난 2018년 9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잡음이 커질 수 있으니 이른 시일 내에 속전속결로 일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성북구청장의 일갈 "한용운과 김성수, 어떻게 같이...").
도로명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성북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이승로 구청장도 당시 인터뷰에서 "많은 구민들과 고려대 학생들까지도 명칭 변경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취재에 성북구청이 답한 자료. 이 자료에는 '인촌로 변경요구 경위'가 상세히 기재돼 있다. 빨간줄로 표시한 영역은 2017년 4월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의 '인촌로' 도로명 개명 요청 민원에 대한 성북구청의 답신 내용이다. |
ⓒ 성북구청 |
▲ 김성수의 호 '인촌'을 따서 지은 '인촌로'. 2017년 대법원 판결 직후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인촌로' 폐지를 주장했다. |
ⓒ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
<오마이뉴스>의 검증 결과 ▲ 인촌 김성수의 친일 행적을 국가가 인정한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고 ▲ '서훈 취소'를 막기 위해 인촌기념사업회가 건 소송의 1심과 2심 결과 역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대법 판결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때)이었으며 ▲ 도로명 개정에 대한 요구가 성북구 주민 등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꾸준히 있어왔고 ▲ 인촌로 주소 사용자 5302명의 동의와 2421명의 고려대학교 학생의 요구가 있었던 점 등을 따져 봤을 때 이언주 의원의 주장을 '거짓'으로 판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