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효창공원(총면적 16만924㎡)을 오는 2024년까지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효창공원을 대한민국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가 차원의 민족·독립공원으로 바꾸자는 <한겨레>의 제안과 관련해 국가보훈처가 같은 해 8월 효창공원을 국가가 관리하는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시가 구체적인 세부 이행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지은 효창운동장을 철거하는 일은 효창공원 독립공원화 사업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시는 효창운동장을 전면 철거하는 대신 백범 등 8명(안중근 의사 빈무덤 포함)의 독립운동가 묘역을 가로막고 있는 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스탠드와 조명탑을 철거하는 일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시는 효창운동장이 60여년 효창공원 안에 자리를 지켜온 국내 최초의 국제축구경기장이자 한국 축구역사의 산실이라는 가치를 고려해 운동장 자체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체육계도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년과 효창공원의 역사적 의의를 고려해 운동장 리모델링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가 서울시민과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문가 응답자의 88%가 “효창공원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답변했으며, 보훈 분야 전문가들은 “묘역을 가리는 시설 철거”, “많은 사람이 찾는 독립운동가 기념장소”를 요구했다. 다만 축구 전문가들은 “국제규격 축구장 유지 및 트랙 제거, 스탠드 일부 철거는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는 지난 1월21일∼2월15일 100명에게 이메일을 통해 진행했으며,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지난해 1월17일∼2월15일 온라인 설문을 통해 3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간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지은 효창운동장을 철거해야한다는 주장이 역사학계와 보훈단체 등에서 나왔지만,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효창공원 독립공원화 사업을 추진했을 때는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소속 정당이 달라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 또한 대체 구장을 원한 대한축구협회 등 체육단체의 반대도 거셌다.
시는 추모행사 때에만 참배객 위주로 방문하고 있는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을 ‘일상 속 성소’로 바꾸기 위해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평상시에는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휴식처로, 기념일에는 엄숙한 추모공간으로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독일의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 쇼팽, 오스카와일드 등 유명인이 안장된 파리의 아름다운 도심 공원인 ‘페르 라셰즈 묘지공원’ 같은 공간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일제가 이전하고 훼손시킨 옛 ‘효창원’의 공간적 범위도 회복한다. 공원과 지역사회를 가로막았던 담장을 없애고 주변의 역사·문화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지나 숙대입구역으로 이어지는 문화공연·전시 특화길도 조성한다.
효창공원 북쪽에 위치한 ‘손기정 체육공원’도 2020년 6월 준공 예정이다. 남쪽으로는 이봉창의사 생가 터에 ‘이봉창의사 기념관’이 내년 4월 문을 연다. 공원 후문에 신축 예정인 ‘체육센터’ 내부에는 탈의실, 샤워실, 카페 등 부대시설이 마련된다.
박원순 시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겠다. 시민 삶과 괴리된 공간, 특별한 날에만 찾는 낯선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미래 세대가 뛰어 노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효창운동장을 포함한 공원 전체 재조성 사업은 서울시가 주관하고 문화재 관련 사항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진행된다. 시는 2021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준공할 방침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