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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마이뉴스] 101세 독립투사의 떨리는 목소리.. "나경원은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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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3-22 16:43 조회7,4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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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반민특위' 폄하 발언에 독립유공자 후손 658명이 비판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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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유공자와 후손들 “친일비호 망언한 나경원은 사퇴하라”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국민이 분열됐다고 발언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규탄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억장이 무너집니다.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이승만 정권과 친일 경찰의 총체적인 훼방으로 인해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좌절됐습니다. 나경원 의원이 대체 어떤 근거에서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거짓말입니다."

반민특위 위원장을 지낸 고 김상덕 지사의 아들 김정욱씨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22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약 1주일 전인 14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당 최고위회의에서 "해방 뒤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규탄이었다.

이날 정론관에서는 101세 독립유공자 임우철 애국지사를 비롯해 독립운동가의 배우자·후손 40여 명이 모여 '나경원 반민특위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부분 백발이 성성한 60, 70대 남녀 노인들이었다.

이들은 "나경원은 과거 일왕의 생일잔치에 참석하는 행동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준 것을 넘어, 일본 토착 왜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라며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을 모욕하는 나경원을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 나경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라"라고 외쳤다.

임 애국지사는 101세 고령인 탓에 기자회견장에 서서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임 지사는 "반민특위의 숭고한 활동과 역사를 왜곡하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나경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라는 성명서를 더듬더듬 읽어 내려갔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황교안 대표에게 요구한다"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임 지사는 특히 나경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 거주 중이다. 그를 인터뷰한 기사가 지역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임 지사는 회견이 끝난 뒤 <오마이뉴스>와 만나 "국회가 뭔가, 나라의 근본을 만드는 곳 아닌가"이라며 "나경원 같은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국회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과를) 요구하고 받아내겠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1940년대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임 지사는 2001년 건국훈장 애족장 훈장을 받았다.

장준하 아들 등 658명 서명 "100년 전엔 이완용이, 지금은 나경원이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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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유공자와 후손들 “친일비호 망언한 나경원은 사퇴하라”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국민이 분열됐다고 발언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규탄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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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유공자와 후손들 “친일비호 망언한 나경원은 사퇴하라”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국민이 분열됐다고 발언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규탄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독립운동가 김학규 장군의 후손인 김일진씨가 "친일파의, 친일파에 의한, 친일파를 위한 나라, 이게 나경원이 꿈꾸는 나라인가"라며 기자회견 성명서를 읽었다. 

이 성명서에는 민영주·이영수·오희옥·임우철·배종국·오상근·이태원 선생 등 7명 애국지사를 비롯해 독립운동가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건씨 등 658명이 연대해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이들이 연명한 성명서 중 일부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100년 전 이맘 때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대표적인 친일파 이완용은 3월 1일, 전 국민적인 독립항쟁을 무산시키고자 3월 항쟁을 향해 '몰지각한 행동'이고 '항일운동은 국론분열'이라고 망언을 했다.

그처럼 오늘날에는 나경원이라는 몰지각한 정치인이 이완용이 환생한 듯한 막말과 행동을 일삼고 있다. 친일청산의 가치를 부정하고 반민특위의 친일청산 노력을 부정하는 나경원의 매국적 행위는 역사가 그것을 영원히 기록할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친일' '청산'이라는 구호를 외치려 했으나, '회견장에선 구호를 외칠 수 없다'는 국회 관계자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한 남성 참석자는 "친일이라 말고 왜놈 개들이라고 하세요"라면서 분노한 목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친일망언 나경원은 국회의원 사퇴하라' '친일비호 망언, 나경원은 일본 사람이냐' '나경원은 친일파 수석대변인' '역사의식 없는 나경원은 의원직 사퇴하라'는 등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나 원내대표는 '반민특위' 발언 관련해 이후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과거 문제로 다시 분란을 일으키지 말자는 것"이란 취지로 해명했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이 비판 논평을 낸 데 이어 30여 개 역사단체가 공동 비판성명을 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17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서울 동작구 사무실 앞에 가서 "독립투사들에 사죄하라"는 비판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글:유성애, 사진·영상: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