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 유공자들 사퇴 요구 등 후폭풍에 SNS 해명
나 원내대표 "文정부, 반대파 친일 수구로 몰아세워"
민주 "말장난··· 평화 "자숙하라" ··· 정의 "국민 무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반민특위로 해방 후 국론이 분열했다'는 자신의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몰고오자,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늦은 해명이지만 이 발언 역시 '반민특위와 반문특위를 구별도 하지 못하느냐'는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임우철 지사님,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로 시작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독립운동가인 임 지사는 지난 22일 나 원대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에 대해 '친일적 행위' '친일파 이완용이 환생한 듯하다'며 국회에서 성명을 발표할때 함께 했던 인물이다.
당시 독립유공자.후손 600여명은 나 원내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역사 의식이 결여됐다는 다른 여야 정치권의 비판과 별도로 독립운동 관계자들이 직접 나 원대대표를 성토하고 나서자 그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올해 101세를 맞이하신 지사님의 건강과 안녕, 행복을 늘 기원하며, 앞으로도 우리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과 번영을 오래오래 지켜보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지난 2015년 지사님을 직접 뵙고 모신 후, 더 자주 찾아뵙고 모셨어야 했는데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다소 소홀했다"며 임 지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임 지사를 조만간 직접 만나겠다며 밝힌 나 원내대표는 "저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과 만행, 강제 식민지배, 명백한 범죄행위인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비판한다"면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원대대표는 해묵은 색깔론을 꺼내들고 문재인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지금 문재인 정부는 역사공정의 공포정치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면서 "친북,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완화하거나 또는 없애고자 하는 시도"라고 단정했다.
그는 "자유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했던 극렬 공산주의자들까지 독립운동가 서훈을 한다고 한다"며 "그것이야말로 독립운동의 위대한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독립과정에서 역할을 했지만 사회주의 계열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항일운동사에서 배제된 인물에 대핸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적지 않지만 한국당은 이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 해명의 하이라이트는 자신이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라고 밝힌 부분이다.
그는 "지난 3.1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포한 '역사 독재'가 결국 오늘과 같은 갈등의 시작이었다"며 "저 역시 그 날을 계기로 저의 염려와 우려를 국민들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반문특위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 색출해서 전부 친일 수구로 몰아세우는 이 정부의 '반문 특위'를 반대한 것"이라며 "결코 독립운동의 그 위대한 가치와 업적을 부정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에 다른 정당들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궤변'이라며 국민을 무시한 '말장난'이라고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자신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를 비판한 것이라며 치졸한 궤변만 늘어놓은 것"이라며 "친일파의 수석대변인이나 다름없는 발언으로 반민특위를 모독한 나 원내대표가, 이제는 촛불국민이 명령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막아나서며 적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은 지금 말장난 할 때가 아니"라며 "분노한 역사와 민족 앞에 통렬히 반성하고 고개 숙여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반민특위를 거론했다가 토착왜구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비판받았으면 반성을 해야지 이리저리 말을 돌리는 것은 정치인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직격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제는 국민들이 나경원 대표의 역대급 국어실력까지 걱정해야 하는가. 더이상 말장난은 그만두고 자숙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국민들을 우습게 여겨도 정도가 있는 법"이라며 "국민들을 '민'과 '문'도 구분 못하는 문맹으로 생각하는가"리고 일갈했다.
정 대변인은 과거 나 원대표가 'BBK 사건'과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 발언에 '주어가 없다'며 실소유가 아니라고 해명한 사실을 상기하며 "이번 '반문특위' 역시 '주어가 없다'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들이야말로 나경원 원내대표의 본질과 정체를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만 모르고 있다"는 갈무리했다.
나 원내대표이 해명이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어, 그의 뜻대로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분노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