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던 베이징
재중화북항일역사기념사업회에서 '북경독립운동가루트'지도제작
2019년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보니 연 초부터 여기저기서 이와 관련된 행사소식이 많다. 특히 며칠 전인 3.1운동 100주년 기념일에는 마치 1919년으로 돌아간 듯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는 외침이 삽시간에 들불처럼 전국을 휩쓸며 가슴을 뜨겁게 했다. 때가 되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100주년이라니까 이벤트처럼 쏟아져 나오는 행사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으나, 현지에 살면서 북경을 포함한 중국 화북지역의 독립운동사를 연구하고,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던 발자취를 따라 답사하며 유적지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일을 하는 단체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나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이 때, 시류에 편승해 북경의 독립운동사를 소개할까 한다.
1921년 18차에 걸친 '군사통일주비회'가 열렸던 동물원 창관루
북경에서의 독립운동을 이야기하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북경이라는 지역이 그만큼 일반대중의 인식 속에서 독립운동사와는 동떨어진 지역이라는 의미이다. 말하자면 아예 ‘듣보잡’ 역사인 것이다. 몸소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며 6형제가 모두 독립운동에 헌신한 것으로 전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우당 이회영 선생, 역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깊은 통찰로 올바른 역사인식과 민족정신을 강조한 민족사학의 거두 단재 신채호 선생, 정통유학자로 전국의 유림들을 규합하여 <파리장서>를 만들어 파리강화회의에 송부하고 광복 후에는 성균관대학 초대총장을 지내신 심산 김창숙 선생, 세 분은 북경의 좁은 골목에 위치한 이회영 선생의 집에 모여 독립방략을 논의하며 함께 울고 웃었던 대표적 북경의 독립운동가로 ‘북경 3걸(傑)’로 불린다. 북경은 그 외에도 한국 최고의 아나키스트 이론가로 의열단의 핵심참모였던 유자명 선생, 님 웨일즈가 쓴 <아리랑>의 주인공인 김산(본명 장지락), 창일당과 고려유학회 등의 단체를 이끌며 활동한 운암 김성숙, 그 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안창호, 이육사, 심훈, 박용만, 신숙 등등…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만으로도 600명 가까운 독립운동가들이 장기로 거주하거나 혹은 근거지로 자주 왕래하며 활동했다.
1911년 손정도 선생이 북경에 전도사로 들어와 처음으로 조선어 설교를 시작하였던 '북경기독교회 숭문문당' 예배당 내부.
현재도 조선족이 매주 일요일 조선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재중화북항일역사기념사업회’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중국 내에서도 북경과 화북지역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와 그들의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시민연구단체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4년여가 됐지만 실제 단체를 만들어 활동한 것은 이제 1년 남짓 됐다. 비록 활동기간은 짧지만 그동안 소기의 성과가 있어 지금까지 북경지역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 253분의 정확한 행적을 찾아내어 지도에 그 지점을 표시하고 ‘북경독립운동가루트’ 지도를 제작했다. 그 외에도 정확한 지점을 확정할 수 없지만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이에 가담했던 300여 분의 활동을 지도에 첨부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지도는 100여 차례의 수정을 거쳐 현재 버전 11.8이 완성된 상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에 가려져 잘못 알려졌거나 일반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북경의 독립운동사가 세상 밖으로 당당히 걸어 나오길 기대한다.
(기사중략)
베이징=홍성림 해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