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중국과 일본 출신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시집이 눈길을 끈다.
3.1운동(1919년 3월 1일, 기미년) 100주년을 맞아 펴낸 ‘시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이윤옥 시인의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얼렛빗, 2019년 1월) 9권과 10권에는 각각 20명의 여성애국지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중 중국 여성으로서 조선독립을 외친 두쥔훼이 지사와 일본 여성으로서 독립운동을 한 가네코 후미코 지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 9권과 10권은 같은 날 출판했고 9권에는 두쥔훼이를, 10권에는 가네코 후미코를 시와 글로 조명했다.
중국인으로 조선의 독립을 외친 두쥔훼이(이윤옥 시인의 시)
죽음보다 견디기 어려운
겨레의 굴욕 속에
국권회복을 갈망하던 조선인
친구 되어
중국인 몸으로
함께 찾아 나선 광명의 길
임의 조국은 조선이요
임의 몸도 조선이라
빛 찾은 겨레의
동무들이여
그 이름 석 자
천추에 새겨주소서.
두쥔훼이(1904~1981) 애국지사는 독립운동가 운암 김성숙 지사의 부인이다. 중국 현대사에서 여성 엘리트로 혁명가로 더 나아가 중국 부녀자운동 이론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광주 중신대학을 나온 수재로 주은래 선생의 중매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역임한 운암 김성숙 지사를 만나 1929년 상해에서 혼인했다. 부부 독립운동가이다.
손문의 부인 송경령 여사가 1935년 조직한 상해여자부녀계구국회 서기 및 조직부장으로 활동했다. 1943년 2월부터 1945년 9월까지 중국 중경 대한민국임시정부 외무부 요원, 1945년 5월 한국구제총회 이사로 활약했다.
“나는 늘 조선부녀들의 일을 나의 일로 생각하고, 어떻게 하여야 우리 조선 부녀 동포들이 전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공헌할 수 있을 것인가를 늘 생각하고 있다.” - 두쥔훼이 1945년 7월 11일 미주 발행 잡지 <독립>에 기고문 중
남편 운암 김성숙(1898~1969) 지사는 평안북도 철산출신으로 19살 때 용문사에 출가해 3.1만세운동에 참여했고, 25살에 승려의 신분으로 중국 북경에서 유학한 뒤, 중국 각지를 돌며 본격적인 항일운동을 했다. 1919년 손병희, 한용운 등의 지도를 받고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서대문 형무소에서 2년간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고 두쥔훼이 지사의 공훈을 기리어 2016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또 다른 인물인 가네코 후미코(1903~1926) 애국지사는 조선 땅에 뼈를 묻은 일본인 여성이다. 그의 사회주의 사상 형성에는 박열 등 조선인 무정부주의자들을 만남에서부터였다.
1903년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고, 조선에 살고 있던 고모집으로 와 7년간의 조선생활을 한다. 이렇게 조선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었고, 일본 제국주의 희생물로 고통 받는 식민지 조선인과 가족제도의 희생물로 노예처럼 살아온 자신을 동일하게 여기고, 그 정점이 친황제라고 인식해 친황제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인물이다.
조선 경험은 훗날 그가 조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1923년 4월 동지이자 남편 박열과 함께 대중단체인 불령사를 조직해 국가와 사회의 모순, 기존 제도와 대결하면서 치열한 투쟁을 지속했다.
23살 때 일본 침략에 항거하다 우쓰노미야 형무소 도치기 지소에 수감 중 옥중에서 순국했다. 그의 유해는 옥사한 그해인 1926년 11월 5일 남편 박열 지사의 선영 경북 문경에 안장됐다가 2003년 11월 박열의사기념관 옆으로 이장했다.
독립운동 동지이자 남편인 박열(1902~1974)의 부인으로 산 짧은 삶은 일제 침략에 항거한 삶이기에 더욱 빛난다. 그는 일본인이라고 하지만 누구보다도 더 열렬한 반일론자였고, 항일투사였다는 점이다.
박열 지사는 20여 년간 일본 감옥생활을 한 후 풀려나, 1946년 10월 3일 재일본조선거류민단을 결성해 초대회장을 맡아 활약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납북돼 74년 북한에서 숨을 거뒀다. 박열 의사는 김찬, 조봉암 등 동경에서 거주한 고학생들을 모아 의혈단을 조직해 항일 운동을 펼치기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조선 땅에 뼈를 묻은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이윤옥 시인의 시)
죽음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일제만행의 굴욕에 맞서
자유를 갈망하던
조선인 남편 도와
저항의 횃불을 높이 든 임
그 횃불 타오르기 전
제국주의 비수에 맞아
스물 셋 꽃다운 나래 접고
조선 땅에 뼈를 묻은
임의 무덤 위로
해 마다 봄이면
푸른 잔디
곱게 피어난다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지난 2017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에서 '박열'은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사형까지 무릅쓴 역사적인 재판을 받는 모습이 그려진다.
가네코 후미코 지사는 일본 동경 YMCA 2.8독립선언 때 변론을 맡은 후세 다츠지 변호사(2004년 애족장)에 이어 일본인으로 두 번째 2018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9권에는 곽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