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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마이뉴스] 다시 도마 위에 오른 현충원 '일본군 장교'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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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2-20 08:39 조회9,0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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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 신태영의 묘. 양지바른 곳에 위치해 있다.ⓒ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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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일파 이응준의 묘. 사진 속 우측에 애국지사들의 묘가 위치해 있다.ⓒ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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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 신응균의 묘, 국립서울현충원 제1장군 묘역에 안장됐다.ⓒ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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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서울현충원 내 친일파 백낙준의 묘. 제1유공자 묘역에 위치해 있다.ⓒ 김종훈

 

김백일, 김홍준,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백낙준, 김석범, 백홍석, 송석하, 신현준.

열거한 11인 모두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11월 발표한 친일 인사 명단에 포함된 인물들이다. 명단 발표 1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11인 모두 지금까지 국립현충원에 묻혀 있다.

그동안 독립유공자와 후손들, 시민단체가 '서훈을 취소하고 묘를 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은 10년 넘게 반복적으로 발의됐지만 자동폐기 되거나 논의도 되지 못한 채 계류중이다.

지난 15일 오후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이하 항단연)가 국회에 모여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것으로 확정된 친일인사들이 받은 훈장을 박탈하는 상훈법 개정안을 국회가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라면서 "더불어 국립묘지 안에 있는 친일파의 묘도 이장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라고 기자회견을 한 이유다. 

 

목소리 높인 독립유공자와 후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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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우철 애국지사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상훈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종훈 

 

이날 기자회견에는 올해 99세가 된 임우철 애국지사도 함께했다. 그는 일제가 1930년대 후반부터 조선인의 참전 강요를 위해 '내선일체(內鮮一體)' 정책을 취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1940년대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한 생존 애국지사다. 

 

임 지사는 노구의 몸을 이끌고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함께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서훈을 박탈하라"라고 외치면서 "상훈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지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한 항단연 회장 함세웅 신부도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는 국가를 부정하고 국민에게 저지른 가장 참혹한 범죄이고 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면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독립운동가를 토벌하고, 고문하고, 동포에게 총을 겨눈 자에게 정부가 훈장을 수여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로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함 신부는 이어 "지난 정부는 권력을 유지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친일반민족행위자들과 손잡았다"라면서 "그들의 범죄를 눈감아줬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가 
혼란의 틈을 타 서훈까지 했다"라고 성토했다.


이날 항단연은 ▲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서훈 박탈 ▲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의 묘지 이장, 두 가지를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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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회장 함세웅 신부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종훈 

  

그러나 두 가지 모두 꽉 막혀 있다. 2016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국회에 친일파 등의 상훈을 취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훈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중이다. 

현행 상훈법에는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나 국가 안전에 관한 죄를 범해 형을 받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형법·관세법·조세범 처벌법 등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을 받은 경우에만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외에는 안 된다.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상훈법 개정안에는 "친일반민족행위를 하거나, 반인권적 행위에 의해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 등의 가해자로 확정된 경우, 전쟁범죄로 처벌을 받은 경우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국립묘지법 역시 현행법상 독립유공자 서훈이 취소되어 국립묘지 안장자격을 상실해도 이장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찬열 의원이 발의한 국립묘지법 개정안에는 "서훈이 취소된 친일인사를 강제로 이장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게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직접 확인한 친일파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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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 신태영, 이응준이 잠든 제2장군 묘역에서 바라본 애국지사 묘역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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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군 묘역 입구에서 바라본 "대한독립군무명용사위령탑" 모습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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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지사 신규식 선생 묘에서 바라본 친일파들 무덤. 사진 속 좌측 상단에 소나무 사이 비어있는 언덕이 제2장군 묘역이다. ⓒ 김종훈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공인한 친일파 중 7인은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머지 4인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친일파 7인 김백일, 김홍준,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백낙준의 무덤 위치를 확인했다.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인사 대부분이 일제시대 만주군으로 복무하며 독립군을 잡는 일을 했다. 해방 후에는 이승만 정권에서 다시 군인이 돼 현역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장성이 되었고 각군의 사령관과 국방부장관, 국방부 차관을 역임했다.

일본군 장교로 활약하다 국립서울현충원 제2장군묘역에 묻힌 신태영과 이응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요 인사들의 묘역과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안장됐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친일파의 묘가 애국지사 묘역보다 더 높은 곳에서 굽어보고 있는 형태다. '대한독립군무명용사위령탑' 역시 두 사람의 묘역 입구 하단부에 있다.

친일파 신태영은 1914년 일본군 육군 보병 소위로 임관한 뒤 일본 나고야의 제3사단에서 근무하다가 1918년 시베리아 간섭전쟁에 참전했다. 1934년 대전중학교 군사교관을 거쳐 1942년 7월에는 용산정차장 사령관으로 병참 보급 업무를 수행했다. 1944년 4월부터 해주 육군병사부 과장으로 일제 강점기 전시체제 병력동원 업무를 담당했다. 30여 년 동안 일본군 장교로 복무하며 일제 침략전쟁에 참전했다. 해방 후엔 육군중장과 대한민국 4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친일파 이응준도 일제강점기 일본제국주의 군대의 장교로 30년 이상 복무하면서 시베리아 간섭전쟁과 1920년대 중국 침략 전쟁 등에 참전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중국전선에 참전해 각종 전투에 참가했고, 1941년 태평양전쟁 확대 이후에는 일본군 고급 장교가 돼 침략전쟁을 수행했다. 공적이 인정돼 일본 정부로부터 1935년과 1939년에 걸쳐 훈장을 받았다.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조선 청년들을 전선으로 내보내는 일을 했다. 해방 후 이응준은 초대 육군참모총장과 체신부(지금의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제1장군 묘역에 안장된 친일파 김백일 역시 마찬가지다. 1937년 만주국 중앙육군훈련처를 졸업하고 이듬해 3월 만주국군 소위로 임관했다. 1938년부터는 간도특설대의 창설요원으로 참여해 간도성 일대의 항일무장부대 공격에 참여했다. 해방 때까지 동 부대의 중대장으로 간도성 및 열하성 일대에서 적극적으로 침략전쟁에 협력했다.

김백일은 만주국 정부로부터 1943년 9월 훈장을 받았다. 해방 뒤 1946년 오늘날 국군의 모태가 된 국방경비대 창설에 참여해 제3사단장 등을 지냈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육군 제1군단장으로 참전했다. 1951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뒤에는 육군 중장으로 추서됐다.

현재 김백일의 묘는 국립서울현충원 안에서 가장 높고 양지바른 곳에 있다. 그의 묘에 서면 한강을 비롯해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친일파와 독립운동가가 나란히 묻혀 있는 국립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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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 김백일의 묘, 서울현충원 내에서도 가장 높은곳에 위치해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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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 김백일의 묘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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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제1묘역은 국립서울현충원 서쪽 하단부에 있고 김백일의 묘는 그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 네이버 위성 사진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막거나, 강제 이장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은 지금까지 모두 다섯 번 발의됐다. 2007년 김원웅 전 의원이 처음 발의했는데, 시간만 허비한 채 임기만료로 그대로 폐기됐다. 

2013년 김광진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역시 마찬가지다. 친일인사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규정했으나 제대로 논의 한 번 못하고 폐기됐다. 2016년과 2018년 6월, 같은 해 8월에 발의된 개정안은 모두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 언급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대표로 활동 중인 김원웅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어떻게 친일파와 애국지사가 국립현충원에 함께 묻혀 있을 수 있냐"라면서 "이 때문에 독립유공자 중에는 일부러 국립현충원에 묻히는 걸 거부한 애국지사도 있다"라고 성토했다.

김 전 의원은 이어 "친일을 하고 나서 국립현충원에 묻히는 현실을 보면서 어느 누가 진심으로 나라를 지키고 군대를 가겠냐"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친일 인사의 서훈을 취소하는 상훈법 개정안과 강제이장을 하게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각 당의 당론으로 채택될 때까지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들이 힘을 모아 싸울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정상궤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국립묘지에 있는 친일파를 우선적으로 이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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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국선열 조명하 선생의 묘에서 바라본 친일파 무덤. 사진 속 좌측 소나무가 우거진 곳이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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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국선열 남자현 선생의 묘에서 바라본 친일파 무덤. 사진 속 좌측 소나무가 우거진 곳이다. ⓒ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