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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임시정부 100년 기념관, 무효소송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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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2-26 09:10 조회7,3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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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시정부 100년 기념관, 무효소송 휘말렸다


356억 드는 독립 열사들의 집
사전용역업체가 설계공모전 1등
착공 앞두고 불공정 심사 논란
건립위도 "당선자와 계약 말라"
조달청선 "중대 위반 없다" 강행



임시정부기념관 설계공모 당선작. [국가보훈처 제공] 

                                 

내년에 착공 예정이던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이 당선작 무효 소송에 휘말렸다.  

심사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100년 만에 지어지는 항일독립 투쟁 열사의 집이 ‘불공정 심사’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당선작은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의 ‘시작되는 터, 역사를 기억하는 표적이 되다’는 작품이다.

건축설계공모전을 주최한 국가보훈처는 지난 5일 당선작을 발표했다.

총 16개 팀이 공모전에 참가했고, 이들 중 유선엔지니어링의 안이 95.66점을 받아 1등으로 당선됐다.

2등 작(89.89점)과도 상당히 차이 나는 점수였다. 9명의 심사위원 중 5명이 최고점인 ‘수’를 매긴 결과였다.

하지만 공모전에 참가한 건축사사무소 53427은 “당선작과의 계약을 취소하라”며 정부를 대상으로

임시지위 보전과 계약체결 이행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공모전에 참가했던 총 16팀 중 절반인

8팀이 공모전을 관리한 조달청을 대상으로 당선작의 지침 위반 사항이 없었는지 공모전 관련 자료들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공모 과정의 문제점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임정기념관) 건립위원회의

이종찬 위원장은 24일 조달청장을 만나 관련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임정기념관은 1919년 3·1 독립선언에 이어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일제에 나라를 뺏긴 상황에서도 국민주권과 민주공화제 시대를 선포하며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기틀을 다졌던 열사들을 기리는 집이기도 하다.

서울 현저동 서대문구의회 터(대지면적 3656㎡)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총 공사비는 약 356억원,

설계비는 7억6000만원이다. 내년 4월 착공식을 열고, 2021년 완공할 목표였다.



“기회는 평등하지 못했다”
공모전에 참가한 건축가들은 당선자인 유선엔지니어링이 사전기본설계용역을 수행한 업체라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유선엔지니어링은 임정기념관이 어떤 건물로 지어져야 할지 콘셉트를

짜고 연구하는 용역을 몇 달씩 수행했다. 조달청이 공모전에 앞서 최저가 입찰로 발주한 연구용역이었다.

계약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건축사사무소 53427의 고기웅 소장은 “유선엔지니어링은 주최 측과 수개월간

회의를 하며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모전에 참가한 다른 업체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었다”며 “그 정보가 모두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다른 참가자들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달린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임시정부기념관 설계공모 당선작. [국가보훈처 제공]  

 

실제로 공모전에 참가한 16개의 작품 중 유선엔지니어링만 가파른 경사지를 파내고, 서대문 독립공원과 

비슷한 단차에서 건물을 바로 이어지도록 하는 안을 제출했다. 다른 작품은 모두 높은 경사지 위에

건물을 앉혔다. 임정기념관 건립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공모전에 앞서 사전용역팀과 주최 측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대문 독립공원과 바로 연결될 수 있게 통로를 설치하자는 제안이 수차례 나왔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돼 공모 지침에 경사지 관련 내용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국가계약법상에 사전기본설계용역을 수행한 업체가 건축설계공모전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는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과정은 공정하지 못했다”
심사 과정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유선엔지니어링 측이 주최 측에서 수차례 강조했던 심사 기준을

위반했는데도 당선됐다는 의혹이다. 이를테면 표현 기법의 문제다. 이번 심사 때는 과도한 경쟁을 막겠다

며 '스케치 업' 프로그램을 활용한 단순한 3차원 이미지를 제출할 것을 지침에서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모전에 참가한 건축가들이 조달청에 여러 차례 질의했으나 회신 내용은 같았다. “스케치 업을 활용한

조감도 세 컷만 첨부할 것.”

그런데 유선엔지니어링은 이미지를 더 멋있게 치장하는 ‘렌더링 기법’을 쓴 안을 제출했다. 고기웅 소장

은 “화장을 더 진하게 한 이미지를 낸 것이고, 보통의 공모전이라면 실격처리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조달청 측은 “심사위원들이 실격처리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위반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번 공모전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민현식 건축가(기오헌 대표)는 “원래 주최 측이 본 심사 전에 사전

기술심사를 열어 제출한 안들의 실격 요인이나 감점 요인을 정리해 심사위원들한테 전달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며 “하루 동안 16개의 작품을 평가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에게 결격 사유까지 판단하라

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다”
논란이 일자 임정기념관 건립위원회 이종찬 위원장은 11일 조달청에 “당선업체와 어떤 행정 절차도

진행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조달청은 13일 계약을 강행했다.

임정 기념관건립위원회의 건축 자문을 맡은 이민아 위원(건축사사무소 협동원 소장)은 “100년 만에 짓는

역사적이고 중요한 국가적 시설이 이런 수상한 공모 과정을 거쳤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선엔지니어링 측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달청이 주관하는 공모 방식의 곯은 문제가 터졌다는 게 건축업계의 중론이다. 조달청은 한 해 120명의

심사위원 명단을 갖고 설계 공모전을 진행한다. 무작위 선출이라지만 이 심사위원 명단을 통으로

관리한다는 게 업계 관행이다. 게다가 심사위원들이 치열하게 토론을 펼쳐 좋은 안을 뽑는 대신 심사표에

점수를 매겨 제출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된다.

이번 심사의 경우 건립위 측이 선출한 심사위원 3명과 조달청이 뽑은 심사위원 6명이 심사에 참여했다.

유선엔지니어링에 만점을 준 심사위원은 전원 조달청의 심사위원 명단에 속해 있다. 이민아 위원은

“창작물을 물품 조달하듯 표로 매겨 조달한다는 발상 자체를 이제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민현식 건축가는 “임정기념관은 조달청이 주관해 공모전을 진행하면 안 되는 집이었다”며 “조달청

심사가 공정하지 않으니 앞으로 조달청의 공모전을 보이콧하자는 캠페인을 건축가들과 함께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