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선생은 성북동 심우장에 거주하면서 민족지사와 교류하고 문학활동을 펼쳤고 민족시인 이육사는 종암동에서 '청포도'와 '광야'를 창작했죠."
이승로(사진) 서울 성북구청장은 "성북구에 수많은 애국지사가 거주했고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감응했다"며 "의병전쟁 3.1운동 학생독립운동 의열단활동 항일활동 등으로 활발하게 연계됐다"고 강조했다. 3.1운동만 해도 성북천(당시 안감천)과 돈암동 일대에서 만세운동이 전개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성북구는 일찌감치 지역과 관련이 있는 독립운동가나 항일운동 관련 사적을 발굴해왔다. 지역이 유명한 정치인이나 자본가가 몰려있는 성북동이나 조선시대 왕가의 묘인 정릉과 의릉으로만 기억된다고 판단, 독립운동과 연계성을 찾아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기로 했다. 이 구청장은 "2016년 '성북구 독립운동가 발굴·조사 용역'을 진행, 성북구에 주소를 둔 항일 독립운동가를 신규 발굴하고 기존에 알려진 독립운동가를 재조사했다"며 "숨은 독립운동가 96명을 발굴하고 8명이 포상을 받게 된 것은 그 성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에는 친일잔재가 남은 도로명 '인촌로'를 '고려대로'로 공식 개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촌 김성수의 호를 딴 도로명 가운데 첫 사례다. 주소를 사용자 동의가 필수인 만큼 공무원들이 평일 야간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며 주민들을 만나 친일잔재 청산 의지를 전하고 공감대를 얻어냈다. 이 구청장은 "친일잔재 청산을 응원하고 적극 협조한 성북구 주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추운 겨울 가가호호 방문해 의견을 확인한 공무원 열정이 더해진 결과"라며 "유사한 도로·시설명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속히 친일 적폐가 청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항일독립지사선양단체연합은 인촌로 개명 공로로 이달 이 구청장에 감사패를 전했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만해가 입적한 심우장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해마다 이육사문화제가 열리는 종암동에 이육사전시실을 조성한다. 이 구청장은 "근현대 문학작가가 거주·활동하면서 인문학적 가치가 높은 문화자원도 풍부하다"며 "근현대 문학기념관을 건립, 민족시인도 함께 발굴·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국 독립을 위해 끝까지 투쟁, 오늘날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게 한 독립운동가 정신을 기리는 건 후손의 역할이자 의무"라며 "다양한 분야에 걸친 독립운동사를 발굴하고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