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 김성수, 2009년 '친일 반민족 행위' 명단 올라
대법원도 친일 인정해 올해 2월 서훈 박탈
지난 2월부터 주민 의견수렴.. 60% 이상 동의
‘인촌로’로 표기된 도로표지판. 성북구 제공
‘친일 반민족 행위’가 인정된 인촌 김성수(1891~1955)씨의 이름을 딴 서울 성북구 ‘인촌로’의 이름이 ‘고려대로’로 바뀐다. 인촌로에 실거주하는 주민 약 60%가 동의해 도로명이 변경된 것이다.
서울 성북구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번달 14일까지 인촌로 주소를 사용하는 9118명 가운데 5302명(58%)에게 인촌로 명칭을 고려대로로 변경하는 ‘도로명 변경 서면동의’를 받았으며 오는 24일까지 고시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실제 거주하고 있지 않은 인촌로 주소 사용자가 많아 실제 동의율은 6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인촌 김성수씨는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4명 명단에 포함됐다. 인촌은 중일전쟁 이후 매일신보 등이 일제의 징병과 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등 친일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인촌의 증손자인 김재호 동아일보사 사장과 인촌기념회가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인촌의 친일행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인촌의 친일행위를 인정했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월 인촌의 서훈을 박탈했다.
‘고려대로’로 이름을 바꾼 ‘인촌로’ 위치. 성북구 제공
구는 지난 2월부터 항일독립지사선양단체, 고려대 총학생회 등과 인촌로 도로명 변경에 대한 실무논의를 추진하며 주민설명회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해 왔다. 11월 성북구도로명주소위원회를 개최해 인촌로 명칭 ‘고려대로’로 변경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성북동 심우장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 그를 따르는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성북구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만큼 인촌로 도로명 변경은 성북구의 당연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구는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을 교체한 후, 주민에게 도로명 변경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인촌로는 6호선 보문역∼고대병원∼안암역∼고대앞사거리 구간(폭 25m, 길이 약 1.2㎞)으로 인촌로 및 인촌로1길 등 27개 연결도로에서 이름이 쓰이고 있다. 교체해야 할 안내시설로는 도로명판 107개와 건물번호판 1519개가 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