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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KBS NEWS] [탐사K] ①횡령·채용 비리 '얼룩'…'그들만의 왕국' 사학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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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1-14 09:53 조회8,0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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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전 사립유치원들 비리 실태를 처음 알게 된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또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 사전유출 사건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이게 다일까요? 

사립 교육기관들은 그동안 견제가 거의 없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 4월, KBS는 전국의 사립 중고등학교에 대한 교육청 감사 보고서 3천 3백여 건을 입수했습니다.

이 감사 보고서들을 분석해 본 결과는 어땠을까요?

예상대로 비리가 매우 심각했습니다.

처벌도 소용 없었습니다.

KBS는 오늘(13일)부터 중고교 사학재단들 비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오늘(13일)은 공금 횡령과 채용 비리로 얼룩진 사학재단들의 고질적 문제점을 강병수, 정유진 기자가 차례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성 안청중학교.

학교 옥상 위, 수상한 건물이 눈에 띕니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채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들이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저건 뭐 미술 작품이고요, 이건 의자 같은 거..."]

냉장고와 에어컨에 옷장과 침대까지.

["이런 것도 아마 샀을 겁니다. 온풍기 같은 것. 추우니까..."]

즐거운 우리 집, 학교 재단 이사였던 김모 전 교장이 쓰던 공간입니다.

물건들은 모두 학교 돈으로 사들였습니다.

[안청중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특히 옥상에 있는 물건들 같은 경우는 전혀 알수가 없었죠. 거긴 항상 자기 자신만 비밀번호 해가지고 생활하고 했으니까..."]

도서실을 확장하겠다, 비품을 사겠다, 돈을 빼돌린 명목도 다양했습니다.

횡령액만 천 여만 원입니다.

[안청중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가전제품 같은 거 학교에 필요없는데 과도하게 많이 사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걸로..."]

서울 강남의 명문 사학이라는 휘문고.

일제강점기 대표적 친일파 민영휘가 세운 학교로 그 후손들이 최근까지도 재단을 운영해왔습니다.

주변 교회가 학교 체육관을 빌려 예배를 보는데 학교에 6년 동안 38억 원을 냈습니다.

학교 발전기금 명목이었는데 실제 돈은 당시 이사장인 민모 씨의 모친에게 갔습니다.

학교 계좌로 받은 뒤 돈을 인출하고 계좌를 해지하는 수법이었습니다.

민 전 이사장의 어머니 김씨는 그 전임 이사장, 퇴임 뒤에도 학교 법인카드로 2억 원 넘게 쓰다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100만원 짜리 와인부터 고급 스카프와 외식 비용까지, 다양한 물품을 구입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보기에는 공적으로 쓴 것처럼은 보이지 않고 호텔이나 식당이나 백화점 이런데가 주 사용처에요."]

서울 강남의 한 단란주점,

후임 이사장인 아들 민모 씨도 이곳 등에서 학교 법인카드로 천만 원을 결제했다 들통났습니다.

민 이사장 일가는 심지어 강원도 춘천에 있는 학교 설립자 민영휘의 묘소 관리에도 학교 돈을 썼습니다.

4천 4백만원이었습니다.

[민영휘 묘소 관리인/음성변조 : "그 분들(후손들)이요? 그 분들은 1년에 두 번씩 와요. 정기적으로 와요, 1년에 두 번씩."]

민 전 이사장을 어렵게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민OO/전 휘문고등학교 이사장 : "이번에 문제가 됐던게 심야에 술집에서 쓴 비용인데 거기에 대해 제가 잘했다는 말씀을 드리는건 아니구요. 100% 다 동문들한테 제가 술자리가 있어서..."]

묘소 관리 비용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습니다.

[민OO/전 휘문고등학교 이사장 : "이 학교 만드신 분이기 때문에 그게 용인되지 않나 생각을 해왔고 그것은 제가 이사장 한 기간뿐만 아니라 그 앞에서도 이뤄졌던 부분이고..."]

민 전 이사장은 지난 6월 이사장 직을 내놨지만 경찰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병수입니다.

▼ 선생 자리 하나에 5천만원…동문서답 답안도 합격

2013년 안청중학교 사회과 교사 채용 시험지입니다.

사회과목 교습법을 비교 분석하는 문제, 그런데 한 지원자 답안지가 황당합니다.

이조전랑과 북벌정책 등, 병자호란기 역사가 가득합니다.

[김진훈/안청중학교 교장 : "최명길은 역사적 인물이죠. 이게 어떻게 교수학습 내용에 들어가 있는지."]

말 그대로 동문서답 답안지인데 이 지원자는 정교사로 채용됐습니다.

그것도 1등이었습니다.

시험 문제를 출제했던 교사를 만나봤습니다.

[출제 교사/음성변조 : "(시험 직전에)역사 문제도 내야지 라고 하는 거예요, 두 개를 냈어요. 역사 문제와 일반 사회 문제..."]

지시한 사람은 당시 이사 겸 교장 김모 씨,

일반 사회만 출제했더니, 역사를 추가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착오로 시험엔 일반 사회만 출제됐습니다.

[출제 교사/음성변조 : "아마 당일날 A형(일반 사회) 문제를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 사람은 자기가 써온 거를 그대로 내지 않았을까..."]

사전에 유출한 시험문제가 실수로 바뀌면서 엉뚱한 답을 적어 낸 겁니다.

전 교장을 찾아가봤지만 취재를 거절했습니다.

[측근/음성변조 : "제 생각엔 오버하시는 것 같아서, (교장 선생님이) 전화를 안받으시는 덴 이유가 있지 않으실까요?"]

전 교장 김씨는 안청학원 설립자의 손자.

17년 동안 교장으로 재직했는데, 또 다른 교사 채용과정에 돈을 받아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학생들을 이끌고 가르치는 스승, 이 학교에서는 그 스승의 자리가 5천만 원에 판매됐습니다.

하지만 이뤄져선 안될 거래가 이뤄진건 이 학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구 경화여고, 학교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경화여고 학생/음성변조 : "비리 터져가지고 뭐 지원이 안되가지고. 저희도 자세한 건 잘 몰라요."]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학교에서 사라졌다는 겁니다.

학교 측에 확인해봤습니다.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교장 샘하고 교무부장하고는 다 해임이 됐습니다."]

역시 채용비리 때문이었습니다.

이 학교의 지난해 교육청 감사보고서.

학교 이사장 손모 씨가 행정실장을 통해 교사 지원자 10명의 명단을 교장 등에게 전달했고, 모두 합격했다고 돼 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교무부장이 눈치를 주는 거죠. 얘다. 신호를 주면 걔를 점수를 더 주는 거예요."]

지원자들은 최대 2억원씩을 이사장에게 건넸습니다.

이들을 이사장에게 소개한 사람은 학교재단 이사들이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들 재단에 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를 오라고 해서 뭐 한 장은 해야된다. 한 장 반 해야 한다..."]

당시 이사장은 재단 설립자의 아들이었고, 학교 행정실장은 이사장의 딸이었습니다.

경암재단의 역대 이사들 중 손씨 일가는 모두 7명이었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