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청 도로명주소위, 인촌로→고려대로 전원일치 통과
주민·사업주·소유주 등 과반 동의 받으면 변경돼
[한겨레]
서울 성북구에 있는 인촌로의 모습. 다음 로드뷰 갈무리.
대법원에서 친일행위가 인정되어 건국공로훈장 복장(현재 대통령장)까지 박탈된 인촌 김성수(1891~1955)씨의 이름을 딴 서울 성북구 ‘인촌로’가 다른 이름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19일 성북구청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성북구 도로명주소위원회는 이달 6일 도로명 변경을 위한 심의를 열어 ‘인촌로의 새로운 도로명은 고려대로로 한다’는 내용의 안을 위원 전원일치로 통과시켰다. 올 9∼10월 열린 주민 의견수렴에서 또 다른 후보였던 ‘안감내로’보다 ‘고려대로’의 선호도가 높아 이렇게 결정됐다. 해당 안건이 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다음 달 14일까지 인촌로의 세대주나 사업자, 소유자 과반이 이름 변경에 동의하면 인촌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인촌로는 지하철 6호선 보문역-고대병원-안암역-고대 앞 사거리를 잇는 1.21㎞의 도로다. 정부가 지번 주소에서 도로명 주소로 주소 체계를 변경하던 2010년 4월께 ‘인촌로’로 명명됐다. 하지만 운암 김성숙선생 기념사업회 등 항일운동가 단체들은 2011년 6월부터 “인촌 김성수는 일본에 충성한 인물”이라며 “인촌로 지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해왔다. 올 3월 고려대 총학생회도 학내 인촌 동상 철거·인촌 기념관 명칭 변경과 함께 인촌로 이름 바꾸기를 통해 ‘인촌 김성수 지우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당시 고려대 학생 2421명이 인촌로 이름 변경 등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냈다.
인촌의 친일행위는 지난해 대법원 확정판결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인촌의 증손자인 김재호 동아일보사 사장과 인촌기념회가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인촌의 친일행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성수가 1942~44년 전국 일간지에 징병과 학병을 찬양하며 선전·선동하는 글을 기고하고, 징병제도실시감사축하대회와 학도출진좌담회 등에 참석해 발언한 행위 등은 징병 또는 징용을 전국적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선전·선동한 행위”라며 인촌의 친일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월 인촌의 서훈을 박탈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과 서훈 취소, 시민단체 요구 등이 있어서 이름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며 “주민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게 된다면 내년 6월께 최종적으로 변경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생회 페이스북을 통해 인촌로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동의 절차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