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이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와 의병의 결기와 투쟁을 사실감 있게 조명해 큰 반향 속에 종영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독립운동가선양단체도 ‘블랙리스트’에 올려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가보훈처가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몽양 여운형 기념사업회’ 사찰 및 예산지원 중단 압력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사단법인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이사장 이부영, 부이사장 손혜원)는 1일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기념사업회와 몽양 여운형기념관을 사찰하고 국가보훈처에 예산지원 중단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발족한 ‘국가보훈처 위법ㆍ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는 사건을 접수해 조사 중에 있다.
기념사업회는 2011년 양평군으로부터 몽양 여운형기념관의 위탁운영을 맡아 2013년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등록했다. 이후 기념사업회는 양평군과 국가보훈처 예산지원으로 전시, 교육 등 각종 사업을 진행했다.
몽양여운형기념관은 국가보훈처가 전국 58개 현충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충시설 만족도 조사’에서 전체 8위의 성과를 거둘 정도로 모범적 운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2016년 국가보훈처는 몽양 여운형기념관에 그 동안 지원해오던 현충시설활성화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갑자기 통보해왔다. 기념사업회는 갑작스런 예산지원 중단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5년에 몽양여운형기념관에서 진행한 교육프로그램인 몽양 역사아카데미의 주제(인물로 보는 해방 전후사)와 강사진들의 이념적 성향을 문제 삼으며 예산 지원을 중단하도록 보훈처에 압력을 가해왔다고 보훈처 관계자들이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기념사업회는 최근 발족한 ‘국가보훈처 위법ㆍ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 ’에 사건을 접수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기존에 알려진 문화예술계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선양단체와 역사학계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으로 사찰을 진행하며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했다고 기념사업회측은 밝혔다.
한편 국가정보원이 기념사업회를 사찰한 의혹이 있었던 2016년 12월, 양평군은 기습적 위탁공모를 통해 기념사업회를 배제하고 마을 새마을회와 서울 모 대학 서울산학협력단을 몽양여운형기념관의 새로운 위탁운영자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양평군 전임군수(김선교)를 비롯한 일부 공무원들이 사전 모의를 통해 광범한 입찰부정행위를 저지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서울고등법원의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으며, 수원지검 여주지청이 또 다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기념사업회는 이 사건 또한 국가정보원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라 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