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보도자료

[금강일보] 친일화가 화폐 도안 교체되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1-11 12:47 조회4,039회

본문

아산 현충사 충무공 표준영정 해제여부 최대 관건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속보>=친일 행적이 짙은 고(故) 장우성·김은호·김기창이

그린 표준영정이 새겨진 화폐의 도안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들이 제작한 표준영정을 화폐에서 들어낼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그러나 이 작업은

어디까지나 표준영정 지정해제 절차가 마무리돼야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

까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본보 10월 8일자 1면 등 보도>

한은이 친일 의혹에 휩싸인 장우성이 그린 충남 아산 현충사의 충무공 이순신 표준

영정이 지정해제 될 경우 화폐 도안 변경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교체

대상으로 지목한 화폐는 충무공이 새겨진 100원화를 비롯해 5000원권(율곡 이이),

만원권(세종대왕), 5만원권(신사임당) 등이다.

100원에는 지난 1983년부터 장우성의 충무공 표준영정이 사용되고 있고 이이와

신사임당 표준영정은 김은호, 세종대왕 표준영정은 김기창이 그렸는데 이들 모두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한 인사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장우성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개최한 조선미술전람회에 참여해 여러 차례 수상했고 태평양전쟁을 찬양하는 전시인

반도총후미술전람회 초대작가로 위촉되는 등 친일 행보를 보였다.

고종과 순종의 어진을 그린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사이기도 했던 김은호는 국권침탈

후 잠시 독립운동을 한 적도 있지만 이내 변절해 일제의 군국주의를 옹호하고 전쟁

물자를 대기 위한 그림을 그려 총독부에 헌납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 활동을 펼쳤다.

김은호 문하에서 수학한 김기창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최고상을 받고 연 4회 특선
경력으로 추천작가가 됐으며 광복 전까지 일제의 내선일체를 정당화하는 행적을
이어갔다. 그의 작품 중 ‘님의 부르심을 받고서’, ‘성전’ 등은 대표적인 친일 작품으로
손꼽힌다.

친일 의혹에 휩싸인 작가들의 표준영정을 화폐에서 ‘청산’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한은이 “친일 화가의 표준영정이 지정해제되면 구체화된 은행권 교체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우선적으로 표준영정 소장 기관에서 지정해제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 표준
영정을 관리하는 세종대왕유적관리소 관계자는 “세종대왕 표준영정은 복식 자체에
이상이 없고 작가의 친일이 문제인데 이것만 갖고 지정해제 신청을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조만간 판가름 날 충무공 표준영정 지정해제 심의 결과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율곡 이이·신사임당 표준영정 소장처인 오죽헌 관계자
는 “신사임당 표준영정은 복식 고증에 오류가 있어서 다시 제작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당장의 지정해제 신청은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친일 화가의 작품 전부가
지정해제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어서 그 때가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