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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마이뉴스] 김원웅 광복회장 "검찰 개혁? 검사 판사 충원과정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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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2-11 11:19 조회4,5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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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초청특강... "친일청산 없이 국민통합 없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초대 국군 참모총장에서부터 21대까지 모두 독립군을 때려잡던 친일파"라며 "친일청산 없이 국민통합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방 이후 친일비호 정치인, 친일비호 언론인 이름을 기록해 서울 중심가 공원 안 비석에 새기는 일을 언젠가는 꼭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광복회장은 지난 10일 오후 5시 30분 대전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가 주관한 '친일청산 과제'를 주제로 한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광복회장은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인문학적 고뇌가 없기 때문에 검사들이 단결하는 것"이라며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어떻게 검사가 되고, 어떻게 판사가 됐는지 사법부의 충원과정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은 항일독립운동을 한 남과 북의 양심이 하나가 되는 일"이라며 "남한의 주류를 바꾸는 게 통일의 길"이라고 말했다.

김 광복회장은 작년 6월부터 독립유공자 후손 8200여 명으로 구성된 광복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아래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해방됐지만, 독립운동이 죄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독립운동을 한 게 죄가 되는 시절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5, 6학년에서 중학교 때였다. 독립운동을 하신 부모님께서 해방 후 광복절 때면 '박수치는 사람은 독립군이고 단상 위에서 박수를 받는 사람은 토벌꾼'이라면서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또 친척들도 '사상적으로 이상한 집안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절대 주변에 부모님이 독립운동했다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이 때문에 광복회장에 출마해서 '친일청산을 당당하게 요구하겠다'고 공약했다. 독립군 토벌한 사람이 대통령 되고 참모총장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나라를 바꾸겠다고 했다. 국립묘지에서 반민족행위자 묘를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잠자는 광복회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겠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회원들이 그런 나를 압도적 표차로 뽑아줬다. 광복회원들 핏속에 같은 DNA가 흐르고 있었던 거다.

스티브 잡스는 '자본주의 병폐는 자기가 자기의 삶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누구냐'는 인문학적 고뇌가 필요하다. 그동안 옳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족자결주의'가 가짜이고 미국의 배신이라고 가르치지 않는 이유

182년 전인 1832년 조미 통상협약을 체결했다. 1조가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주권을 침해당하면 돕는다'는 내용이다. 그 뒤 1905년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일본과 카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필리핀을 미국이 영향권에 넣는 대신 한반도에서 일본이 조선을 지배를 양해하는 내용의 밀약을 했다. 윌슨 대통령은 약소국을 위한 '민족자결주의'를 선언했다.

하지만 파리강화회의에서 독립국을 당시 패전국의 식민지만 인정하고 일본의 식민지인 조선은 포함하지 않았다. 민족자결주의 안에 조선은 해당하지 않았던 거다. 그런데도 우리 역사 교과서는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만 가르치고 우리가 피해자인데도 파리강화회의에서의 배신은  가르치지 않았다.

왜 가르치지 않았을까? 이미 미국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보고 독립보다는 군사기지로 관리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1942년 장개석이 한국의 임시정부를 허용해달라는 공문에 미국이 '안 된다'고 답변한 것도 같은 이유다.  주권이, 외교권이 인정되지 않자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1920년대부터 독립운동수단으로 좌파를 하거나 무장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해방이 됐다. 남한은 미군이, 북한은 러시아군이 각각 포고령을 발포했다. 하지만 포고령 내용은 서로 달랐다. 당시 소련군 대장 차스차코프의 포고령의 첫 문장은 '조선 인민들이여! 조선은 자유국이 되었다'이다. 반면 남한에 들어온 태평양 미 육군 총사령관 맥아더 포고령은 '내 명령에 복종해라, 그렇지 않으면 처벌할 것이다, 공식 언어는 영어다'는 게 골자였다. 포고령도 영어와 일본어로 돼 있었다.

말 그대로 미군은 점령군이었다. 우리 손으로 만든 건국준비위원회를 해체했다. 임시정부도 해체를 요구했다. 육군초대참모총장에 독립군을 때려잡던 사람을 앉혔고, 이후 21대까지 독립군 때려잡던 사람이 참모총장을 독차지했다. 이중 몇몇은 국방부 장관, 국회의원, 해외대사까지 맡았다. 친일파들이 기득권의 중심축이었다.

"친일 미청산은 대한민국의 기저질환…. 단결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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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이 '흩어지면 안 된다'며 '단결하자'고 했다. 우리 부모님은 그때 '단결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친일파를 상전으로 모시는 일에 단결하는 건 일제강점기 때 내선일체와 무엇이 다르냐'고 말씀하셨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는 친일미화 국정교과서를 만들었다. 범죄 행위인 나치를 찬양하는 교과서와 무엇이 다른가.  이런 점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범죄 정권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친일청산 없이 국민통합 없다. 친일 미청산은 대한민국의 기저질환이다. 민족을 외면한 호국, 민족을 외면한 애국은 가짜다.

강원도 산골에서 농사지으며 보니 4월 하순부터 피는 작지만 아름다운 꽃이 있더라. 찾아보니 '개불알꽃'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일본에서 붙인 이름이더라. 우리말은 '봄까치꽃'이었다. '며느리밑씻개'라는 꽃은 고부간 갈등의 전설을 이름에 붙였다고 돼 있었다. 나중 알고 보니 우리 전설이 아닌 일본의 전설이었다. 우리말은 '산 괭이 아재비'(삵의 이웃 아저씨) 였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나물로 무쳐 먹는 '섬초롱'이라는 꽃은 학명이 일본어인 다케시마(Campanula takesimana Nakai)로 돼 있다. 토종식물인데도 인문학적 고뇌가 없다 보니 여전히 일본말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거다.

"울릉도 '섬초롱꽃' 학명에 왜 '다케시마'가..."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인문학적 고뇌가 없기 때문에 검사들이 단결하는 거다. 인문학적 지식을 안 가르친 거다.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법부의 충원과정, 어떻게 검사가 되고, 어떻게 판사가 됐는지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역사는 정치의 어머니다. 어떤 역사관을 가졌는지가 정당과 소속보다 더 중요하다.

예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할 때 미군이 주둔하는 모든 나라의 소파협정문(SOFA, 미주둔군지위협정,  주둔미군의 법적 지위에 관해 두 나라가 합의한 내용)을 살펴본 적이 있다. 같은 소파협정문인데 독일과 미국 간 협정문은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에 책임은 미군이 진다'고 돼있지만  한미 소파협정문은  반대로 '미군이 책임지지 않는다'로 돼 있다.

이걸 독미 협정문 수준으로 고치자고 하니 반미주의자라고 하면서 한미동맹을 깨는 거라며 안 된다고 하더라.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면 어떤 강대국도 남의 나라를 그냥 도와주지 않는다.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의 동북아 정책의 일환이다. 엄밀히 보면 한미일 동맹은 없다. 미·일 동맹이 주고 남한은 종속개념이다. 한미동맹으로 포장된 종속이다.

"친일비호 명단 기록해 비석 세우겠다"

행사 때마다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을 하자며 경건한 음악을 트는데 내겐 소음처럼 들린다. 국립묘지에 독립군 때려잡던 토벌꾼들이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묵념하라는 얘기로 들려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해방 이후 친일비호 정치인, 친일비호 언론인 이름을 기록해 서울 중심가 공원 안 비석에 새기는 일이다. 언젠가는 꼭 하겠다. 이런 일을 하겠다는 건 역사의 이성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가 자기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운명을 찾아야 한다. 통일은 항일 독립운동을 한 남과 북의 양심이 하나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한의 주류를 바꾸는 게 통일의 길이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