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잔재 벗는 ‘현대판 독립운동’ 시작해야 할 때
# 경기도 일제 식민잔재와 청산방안
김명섭 교수는 "도내 뿌리 깊게 남아있는 일재 잔재는 여러 형태가 존재한다. 우리가
본 것은 빙상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일부 소개하자면 용인에는 귀족원 의원이자
중추원 참의였던 송병준의 별장이, 안성에는 중추원 참의였던 박필병의 동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주교 묘역에 있는 최남선의 묘는 거대한 비석이 세워져 있지만, 친일 행적은
전혀 기록돼있지 않다"며 "이건 말 그대로 역사 왜곡이며, 이완용의 비서 역할을 했던
이천의 이인직 등 친일 행적이 있었던 인물들에 대해 교과서에서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용인과 수원, 이천 등에는 아직도 비석이 남아있지만, 을사늑약 때 순직했던 독립
운동가들과 친일 했던 인물들의 비석이 함께 모여있다"며 "이처럼 부끄러운 일을 마땅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종 친일 동상이나 비석, 동상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정부나 지자체
에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별도 법률을 제정해 이를 환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밖에 친일청산을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며
▶이천 설봉공원 내 이인직과 서정주 기념비 철거 ▶장우성기념관의 명칭을 설봉기념관
으로 변경 ▶새로운 경기도 노래 공모전 등을 꼽았다.
그는 "먼저 실태조사가 이뤄진 뒤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적인 조례와
유적지에 대한 정비를 통해 유적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며
"현장 조사나 비대면시대에 맞는 온라인 추모행사, 영상탐방 콘텐츠 등으로 독립운동
선양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를 끝냈다.
이에 대해 박창순 경기도의원은 토론을 진행하면서 "발표하신 내용들을 정책에 반영
하고, 예산을 수립하는데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끼게 된다"며 "오는
15일 상임위에서 도 청소년 항일유적지 탐방조례가 다뤄질 예정이며, 아마 가결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자주독립과 항일투쟁 역사를 잊지 않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예정"이라며 "추후 경기도 일제청산과 독립운동 선양의식과 관한 토론회를 도의회
에서 주최할 예정이다. 많은 참석을 부탁드린다"고 토론을 마쳤다.
# 경기도 출신 독립운동가의 의열·무장 투쟁
제2주제 발표를 진행한 홍찬선 위례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도내 항일 무력 독립
투쟁의 과제는 첫 번째가 발굴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인물의 친일 정도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수흥 의사의 친일부호 처단 ▶원태우 의사의 이등박문 저격 ▶원심창
의사의 육삼정 의거 등의 무장 투쟁 사례를 설명했다.
이어 문화예술과 교육현장에서의 식민잔재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천 설봉공원의 충효동산에는 충신과 애국지사, 효자와 열녀 등 72명을 기리고
있다. 이곳에는 서희 장군과 이수흥 의사도 있다"며 "그러나 바로 건너편에 월전기념관이
마련돼 있으며, 심지어 월전 장우성에 대한 친일행위가 언급돼 있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또 "식민사학의 태두 이병도 역시 조선사편수회 촉탁으로 근무했다는 얘기만 남아있다.
이병도는 조선총독부 직원 명부에도 남아있는 식민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하던 인물"이라
며 "앞서 언급했던 원태우 의사의 동상의 경우 활동 당시 나이였던 24살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보이는 등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친일 행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인물의 업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그에 맞춰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잊혀진 의열투쟁을 발굴
해 이를 올바른 형태로 고치고, 친일행적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업적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병기 광복회 학술원장은 "역사는 현장을 봐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며 "답사를 통해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태우 의사의 경우 현장답사를 가기 전까지 잘 몰랐지만, 초기활동이 1905년
이후인 점으로 보아 의열활동의 효시 정도로 보고 있다"며 "현장에 가보면 고쳐야 할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월전 장우성이 금강문화훈장을 받은 점에 대해 친일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작곡가 홍난파의 경우 친일단체에서 활동했고, 친일 행위에 대해 집안에서
이의신청을 했다가 기각되기도 하는 등 친일논란에서 안타까운 분들이 많다"며 "우리
사회에 공이 큰 분들인데도 불구하고 친일행위 때문에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과와 공을 정확히 나눠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인물에 대해 비판할 경우 해당 인물의 집안에서 문제를 삼는 경우가
있어 한국에서 역사적 평가를 내리기는 굉장히 힘들다"며 "그러다 보니 학자들이
연구를 하지 않게 되거나, 오히려 송시열처럼 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
논의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