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 스님 뜻은 시대문제…한 몸인 공동체 구성원도 아파”
함세웅 신부 “외부세력·이교도 운운 소아적 접근…우리 문제”
불교계 일부 언론매체와 조계종 총무원이 설조 스님의 단식 취지에 뜻을 같이 하는 시민사회원로들을 외부세력으로 치부하고, 목사와 신부 등 이교도들이 불교 내부문제에 개입한다는 비난하는 태도를 함세웅 신부가 꾸짖었다.
함세웅 신부는 설조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 모임이 발족하며 국고보조금 횡령 등 범법행위에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자 모임에 참석한 종교인들을 ‘이교도’로 칭하며 불교내부 문제에 개입했다는 등의 비난을 서슴지 않는 것에 우리 사회원로를 대표해 일갈했다.
함 신무는 설조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 모임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면담한 결과를 브리핑하는 26일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설조 스님이 제기한 문제는 특정종교 내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시대의 아픔이자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함 신부는 “설조 스님께서 단식한지 37일째이다. 그분이 단식하는 뜻에 우리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가톨릭 사제가 왜 불교 문제를 언급 하냐는 비판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설조 스님이 제기한 문제(종교인의 범법행위)는 개인의 신앙 문제가 아닌 같은 시대에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시대 문제를 아파하고, 설조 스님의 고귀한 뜻을 되새기며 실천을 다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부 불교계 신문에서 과거 가톨릭이 잘못한 것과 범죄행위를 지적하셨다고 들었다. 가톨릭교회의 문제는 2000년 교회사에서 한결 같이 숙지하고, 반성하는 것들이다. 이해동 목사 님 역시 개신교 내의 잘못과 문제를 속죄한다고 전했다”고 했다.
함 신부는 “설조 스님이 말씀하신 뜻은 특정종단이나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같은 공동체에서 안고 있는 문제를 우리 스스로 잘 깨닫고, 잘 시정해 가야 한다는 의미”라며 “신학적으로 공동체 구성원을 ‘한 몸’이라고 한다. 발끝이 아프거나 손끝이 아프면 온 몸이 아픈 것과 같이 불교가 상처를 받으면 우리가 아프고, 설조 스님의 아픔은 곧 우리의 아픔”이라고 했다.
이어 “가톨릭, 개신교, 불교, 사회공동체의 잘못들은 우리가 속죄해야 할 내용들”이라며 “불교의 정화나 가톨릭의 정화, 개신교의 정화 그리고 이 시대의 모든 문제를 정화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속죄하고 반성하는 내용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함 신부는 “공동체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종단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소아적 접근에 불과하다”며 “일부 불교계 신문 기자와 담당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눈에 따라 문제를 바라봐 달라. 한 시민으로서,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호소한다”고 했다.
함 신부는 “설조 스님을 몇 차례 뵙고 저 자신도 깊이 성찰하고 있다. 가톨릭이나 공동체 문제를 대하는 데 부족함을 사죄하고 속죄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이미 문제가 있는 가톨릭의 사제도 구속하고, 재판에 끌려가 법적으로 단죄를 받고 있고, 이를 우리도 지적하고 있다. 종교인이라도 범법행위는 실정법대로, 사회법대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이는 한 종교인의 요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요구이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인간적, 사회적, 법적 측면에서 내용을 설명했다”며 “설조 노스님이 안고 있는 문제는 민족의 고난이기도 하다. 이를 풀기 위한 공동체 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함 신부는 “저희는 물론, 취재하시는 기자들도 설조 스님의 뜻과 모든 문제를 부처님 앞에, 하늘 앞에, 역사 앞에, 선조들 앞에서 떳떳하게 접근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