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27차 국무회의에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비공개 날치기 처리된 이래, 국민적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비공개 날치기 처리가 외교부 국장과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의 책임이라고 규정,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으며, 국회 보고를 마치고 협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협정 추진과 날치기 처리의 주역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무회의 처리 절차를 사전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책임회피를 시도하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대북 정보 습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협정’임을 강변하면서 ‘국방부에 현저한 책임은 없다’고 뻔뻔스러운 합리화에 여념이 없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날치기 처리의 당사자이면서도 ‘차관회의 생략은 통상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제 국회에서의 형식적인 보고를 마쳤으니, 정부의 입장대로라면 언제라도 일본과 협정 서명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속이고 협정을 날치기 처리하고서도 반성 없이 재추진을 공언하는 이 때, 정부 정책을 견제해야 할 국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4월 일본과의 가서명을 하고 법제처에 심의를 의뢰했을 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6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정책위원장을 방문하여 ‘국회 보고후 처리’를 약속하고도 아무런 보고 없이 비공개 날치기 처리를 강행하는 등 노골적으로 국회를 기만하였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이고 주권제약에 관한 조약이라는 점에서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절차를 반드시 밟을 것을 국회는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만약 국회가 이를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국회 본연의 대정부 견제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각계 사회단체들은 국회의 다수당이면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의 적극적 대책을 요구하며 황우여 대표에게 한일군사협정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묻는 질의와 더불어 면담을 요청하였다.
국민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협정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협정의 처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갖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나, 새누리당은 ‘현재 논의 중이고 당장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사실상 답변과 면담을 거부하였다.
한일군사협정 추진이 이미 1년 6개월 전부터 공론화되어 왔다는 점,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날치기 처리된 지도 4주가 되어간다는 점에서 ‘논의 중’이라는 답변은 여당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자세이다. 또한 한일군사협력에 반대하는 여론의 뜻을 겸허히 귀담아 들어야 할 여당이 ‘논의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면담 요청조차 거부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서 규탄 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처리의 절차상 문제점에 대해서만 일부 언급하면서 협정의 내용과 관련한 비판은 철저히 외면하고 오히려 정부 입장을 두둔하였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대선 이후에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사실상 표만 얻으면 된다는 식의 정략적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김황식 국무총리 해임 결의안 무산을 비롯하여, 주요 협정 추진자들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음으로써 협정 재추진을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대북정보습득’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일, 미-한 사이에 배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보 공유를 개선, 한미일간 정보공유를 가능토록 해 한미일 MD(미사일방어체제) 구축, 한미일 동맹을 구조화하기 위한 협정이다. 또한 일본이 그동안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을 통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에 필요한 정보습득을 기대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여는 협정에 다름 아니다.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우리는 새누리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폐기에 앞장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친일정당, 정부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결코 벗을 수 없게 될 것이며, 강력한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대선에서도 심판받게 될 것이다.